“노동자 스스로 내 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존중할 때 사회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28년간 고용노동부 기자실을 지킨 박현숙 고용부 기자실장이 퇴임을 앞두고 노동에 대해 한 말이다. 출입기자들은 박 실장을 보면서 그의 말처럼 스스로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무엇인지 이미 배웠을 것 같다.
‘보도자료 배포 등 출입 기자들의 취재를 돕는 일을 한다’는 기자실장의 일반 역할은 박 실장의 28년을 ‘하루’도 담지 못하는 너무 작은 말이다. 고용부 입직까지 39년간 고용부에 있던 그는 수백 명이 될 전·현 출입기자들과 한 사무실에 지내면서 동고동락을 했다. 그는 기자들과 격의 없이 지내면서도 매사 흐트러짐이 없었다. 매일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2시간 넘는 출퇴근 거리를 5분이라도 늦으면 큰 일인 것처럼 뛰었다. 비판하는 기사는 같이 비판하고, 걱정하는 기사는 같이 걱정했다. 기사를 쓴 기자 보다 기사를 아낀 ‘출입기자들의 편집국장’처럼 말이다.
박 실장은 ‘고용부의 진짜 실장’이기도 하다. 1급처럼 업무를 지시하는 실장이 아니라 동료들의 속마음을 들어주는 ‘맏언니’ ‘큰누나’였다. 고용부 직원들은 휴식시간에 박 실장을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박 실장은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박수를 치며 웃어주고, 고개를 푹 숙인 직원의 등은 토닥였다.
박 실장의 퇴임날이 결정된 후 출입기자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신이 떠날 때 안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박 실장과 마지막 인사들이 기자실에서 이어진다. 김유진 근로기준정책관은 지난주 박 실장을 찾아와 “퇴임식 때 일정이 있어 인사를 못할 것 같다”고 선물을 건넸다. 고용부에서 20년 넘게 일했던 법무법인 율촌의 정지원 고문도 박 실장에게 꽃을 보냈다. 이날 출입기자들이 마련한 조촐한 퇴임식에는 미처 인사를 못한 고용부 후배들과 출입처를 떠난 기자들이 온다.
박 실장은 퇴임 후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준비한다. 박 실장 다운 선택은 그를 다시 믿게 한다. ‘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존중하면 사회가 달라진다’는 마지막 당부도 그다운 ‘마지막 보도자료’였다. 박 실장은 “내 역할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 없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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