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인공지능(AI) 붐도 일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과 같은 반도체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나왔다.
16일(현지 시간) WSJ은 팬데믹 기간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치솟았지만 이후 냉각되며 재고가 쌓여 결국 지난해 가격이 최고가 대비 절반 이상으로 하락했다고 짚었다. 하지만 WSJ은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 감산을 실시하면서 마침내 가격이 완만한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령 노무라증권은 D램과 낸드 가격이 4분기에 10~15%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WSJ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다졌지만 소비자 기기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부진하다"며 “기업들의 생산설비도 충분히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마진을 압박할 수 있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WSJ은 “AI의 호황으로 새로운 수요가 빠르게 생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업체는 더 빠른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D램을 사용하는데,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HBM 수요가 지난해 대비 60% 급증하고 내년에는 30%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첨단 HBM을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며 WSJ은 “삼성전자가 최첨단 HBM 반도체로 시장에서 더 큰 파이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의 높은 판매가가 기업의 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HBM이 내년 SK하이닉스 D램 매출의 15%, 삼성전자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점쳤다.
WSJ은 “이 같은 흐름을 눈치 챈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 들어 22%, SK하이닉스는 65%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거인들이 AI 활황에 직접적인 수혜를 입은 엔비디아와 같진 않겠지만 HBM 판매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식도 AI ‘횡재 열차’에 올라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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