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떻게 결론이 날까요. 정부가 추진중인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사안의 발단은 한 지난 12일 저녁 6시37분경 한 언론사의 보도에서 시작됐습니다.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내자 후반 발표할 것이고 규모가 500명 이상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날부터 취재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A 언론사는 500명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B 언론사는 정부가 파격적으로 1000명 이상을 늘릴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숫자는 조만간 구체화될 예정입니다. 정부가 15일 저녁에 고위당정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협의할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의료계의 반발을 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미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7월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정원을 4000명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전공의들의 파업과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 등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무위로 돌린 바 있습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를 중심으로 반발이 매우 심한 편"이라며 "지금 분위기만 보면 2020년보다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지난 13일 "근본적인 의료개혁에 대한 논의없이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파업도 불사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저출산으로 합계 출산률이 0.7을 밑도는 사회에서 무슨 의대정원 확대냐.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수가를 올려주는 게 의료붕괴를 막는 해법이다”라는 의료계의 주장은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가격(수가)을 정부가 통제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정부가 소아청소년, 산부인과, 외과 등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수가를 지금보다 훨씬 올려준다면 전공의(레지던트)들은 굳이 다른 과(科)를 선택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들 과를 전공해도 소위 말해 먹고 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분야로 가지 않고 피부미용과 성형외과로 쏠릴 게 뻔하다”는 의료계의 주장에도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반면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시민단체의 주장도 분명 타당합니다. 고령화 등으로 의료인력이 필요한 분야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공공의대 신설을 전제로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50년 의사 2만2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며 의대정원을 매년 5%씩 늘려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이렇게 정부와 의료계는 18년째 줄다리기를 해왔습니다. 2006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정원은 현재도 동일합니다. 2006년 대한민국의 인구는 4844만명이었고 2021년 기준 인구는 5174만명으로 늘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한국이 2.6명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입니다. 한국에 의사와 관련한 절대 숫자가 부족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의대 정원 늘리지 말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인센티브와 수가를 올리면 된다"는 주장과 “저출산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의사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정부는 과연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요.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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