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강으로 꼽히는 미시시피강 하류에서 바닷물이 역류해 수돗물의 염분이 높아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시시피강 하류 지역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상하수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2곳의 상수도에서 측정한 염분 농도는 전날 기준 52∼53ppm으로, 지난달 초의 34∼35ppm보다 50% 이상 높아진 상태다.
뉴올리언스 당국은 주민들이 수돗물을 이용하는 데 있어 아직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염분 농도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높아질 경우 오는 22∼28일께부터는 100ppm을 넘겨 안전하지 않은 상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남동쪽 끝에 있는 플라크민스 패리시 지역에는 이미 식수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먹는 물의 염분 농도가 100ppm 이상일 경우 건강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임산부나 유아, 노약자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바닷물이 역류하게 된 이유는 기후 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평소 미시시피강은 하류의 수위와 유속이 강해 바닷물을 밖으로 밀어낸다. 그러나 올해 기록적인 고온과 중서부 여러 주의 심각한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강물 흐름이 약해져 바닷물이 강줄기로 역류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후학자인 배리 카임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는 올해 심해진 중서부의 가뭄의 원인에 대해 "기후변화와 엘니뇨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온라인 매체 '더힐'에 말했다. 앞서 루이지애나 등 미 남서부 일대는 지난 6월 중순부터 3개월 넘게 비가 거의 오지 않았으며 극심한 폭염까지 이어졌다.
CNN에 따르면 이 지역 대부분의 상수도 시설은 염분을 걸러내는 장치를 갖추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염분이 수도관 내에 오래 머무를 경우 관이 부식돼 납 성분이 수돗물로 흘러들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지난달 하순부터 주민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리며 대비를 당부했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존 바이든 대통령에게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고, 승인이 이뤄져 연방 정부의 재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주는 연방 정부 지원금으로 각 지역의 수처리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주민들이 대형 마트에서 생수를 계속 사들이면서 생수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매슈 하이어트 루이지애나 주립대 해양학과 조교수는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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