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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전쟁 회의론 부상…EU '우크라 결집' 이상신호

내년 7조원 지원 대책 냈지만

슬로바키아 "탄약 안 보낼 것"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 주제프 보렐(왼쪽 두 번째)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호소를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6개월 넘도록 계속되면서 동맹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 피로감’에 따른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밝혔지만 동유럽을 중심으로 각국 정파 간 이견이 커지는 분위기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를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강력하고 원칙적인 조처를 함께 시행할수록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며 서방의 단결을 호소했다. EU 외무장관들이 유럽 국경 밖에서 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내년에 최대 50억 유로(약 7조 12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추진하겠다며 지원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론이 거세다. 지난달 30일 열린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승리한 사민당 지도자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슬로바키아 경제는 우크라이나보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단 한 발의 탄약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유입으로 자국 밀·해바라기씨유 등의 가격이 하락해 농가의 반발도 크다. EU의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제한 조치 해제에도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가 ‘수입 금지’ 유지 방침을 밝히자 우크라이나는 이들 국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이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맞섰고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피초 전 총리에게 X(옛 트위터)를 통해 “애국자와 함께 일하는 것은 좋다”고 말하며 지지했다.

러시아는 분열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정권에 대한 터무니없는 재정 지원으로 각국 정치권이 분열하고 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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