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별거하는 아내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간 남편을 기소유예한 검찰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이 남편 A 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달 26일 취소했다.
A 씨는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으로 아내와 2010년 결혼한 뒤 10년 넘게 혼인 생활을 이어왔다. 2013년부터는 직장 근처에서 거주하며 매주 또는 격주로 경기 안산에 있는 아내의 집에서 휴일을 보내는 주말 부부 생활을 했다. 2021년 6월 이혼 소송을 당한 A 씨는 8월 초 휴가를 내 며칠을 아내의 집에서 보냈지만 8월 18일에는 출입을 거부 당했다.
아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가 격리를 이유로 들었다. 아내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도 이를 이유로 A 씨를 귀가 조치했다. 9월 2일 다시 아내의 집을 찾은 A 씨는 집이 비어있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가 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외국인의 경우 체류나 출입국에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A 씨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쟁점은 A씨를 '공동 거주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형법상 주거침입죄는 타인의 주거에 침입해야 인정되고 공동 거주자 간에는 성립하지 않는다. 헌재는 A 씨가 공동 거주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배우자로서 출입용 비밀번호를 알았고 집 안에도 A 씨의 물품들이 다수 있었던 점, 장기간 주말부부로 생활해온 점, 주택의 소유자는 아내이지만 A 씨가 생활비를 대부분 부담한 점이 근거가 됐다.
8월 초의 출입 거부는 자가격리에 따른 것으로 아내가 A씨에게 명시적인 출입 거부 의사를 표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청구인이 이 사건 주택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공동거주자 지위에서 이탈하거나 배제됐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