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대장급 인사가 곧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상과 달리 내년 총선까지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사의 표명하고 후임자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현 졍부는 지난 5월 출범 직후 군 수뇌부를 전원 교체했다. 우리 군의 대장 7명을 바꾼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던 육·해·공군참모총장 모두 군복을 벗으면서 ‘물갈이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1년 4개월 여 만에 전 군을 지휘·감독하는 국방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과 육사의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으로 야당의 탄핵 공세가 거세지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사표를 던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후임으로 육사 37기로 국방부 정책기획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역임한 3성 장군 출신의 국민의힘 신원식 비례대표를 내정했다. 신 의원은 육사 37기로 육사 40기인 이 장관 보다 3년 선배다.
국방장관 교체로 하반기 장성 인사 지연
현재 국방부는 장성 진급 심사와 후반기 장성 인사를 검토 중이다. 예정에 없던 장관 교체로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로 장성 인사가 늦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대통령실이 이번 국방장관 교체 명분으로 국방대계인 국방혁신 4.0 완성을 이끌 최적임자라 밝힌 만큼, 신 의원이 국방부 장관이 취임하면 다시 한번 군 수뇌부의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정권을 행사하는 육·해·공 3군의 참모총장은 1년 5개월, 군령권을 갖는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1년3개월 임기를 보내, 신임 국방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물론 군의 기강을 다 잡기 위해 이번에 대장급 인사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인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군의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군 대장 7명의 의전서열은 합동참모의장 > 육군참모총장 > 해군참모총장 > 공군참모총장 순이다. 나머지 4성 장성 3명은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 중에 진급일이 빠른 순으로 서열의 순위를 정한다. 그리고 해병대사령관은 군인사법 제64조에 의해 참모총장의 권한을 일부 수행하기 때문에 중장 가운데 최선임이 된다. 따라서 해병대사령관의 서열은 대장 7명 다음인 8위가 된다.
다만 국방부 장관이 이들 4성 장성을 지휘감독하기에 의전 서열은 가장 높다. 국방부 차관은 4성 장군 다음으로 의전 서열이 정해져 국방부 장관을 포함하면 서열 9위가 되고, 해병대사령관은 서열 10위 예우를 받는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출범 후 5월 대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각 군별의 기수를 고려한 측면이 강하다. 현역 가운데 군 서열 1위인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육사 42기 김승겸 대장으로, 3군 참모총장 보다 2년 선배다. 다음 서열인 육군참모총장은 육사 44기 박정환 대장, 해군참모총장은 해사 42기 이종호 대장, 공군참모총장은 공사 36기 정상화 대장이다. 3군 참모총장은 같은 해(1988년) 장교로 임관한 동기다. 나머지 4성 장군인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은 육사 45기 안병석 대장, 지상작전사령관은 육사 45기 전동진 대장, 제2작전사령관은 학군장교(ROTC) 27인 신희현 대장이다. 이들 세 사람은 참모총장들 보다 1년 후배다.
합참의장에 육사 출신 9년 만에 나와
따라서 신임 국방부 장관이 취임하면 군 기강 강화와 세대교체 명분과 함께 검사 출신으로 기수를 중시하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상 합참의장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합참의장이 교체되면 기수를 고려할 경우, 육사 44기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을 포함해 동기인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3명이 후보 1순위가 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빛을 잃었던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부활한 것이 지난해 장군 인사의 특징으로 육균참모총장이 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합참의장을 포함해 육군 대장 5명 중 4명이 육사 출신이다.
김승겸 합참의장의 경우 육사 출신 합참의장이 9년 만에 나온 것이다. 육사 출신은 이명박정부 때인 2011∼2013년 정승조(37대) 합참의장이 마지막이었다. 전임 문재인정부에서는 합참의장에 ‘비육사·비육군’ 기조가 짙었다. 원인철(42대) 전 의장, 정경두(40대) 전 의장은 모두 공군사관학교를 나왔고 41대 박한기 전 의장은 학군(ROTC) 출신이었다.
육사 45기도 합참의장이나 육군 참모총장으로 올라갈 여지가 충분하다. 안병석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전동진 지상작전사령관, 신희현 제2작전사령관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중장에 권영호 육군사관학교장(중장 4차 진급), 장세준 국방정본부장(중장 3차 임기제 진급) 등도 육사 45기다. 그러나 육사 45기 다수가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에 등용되거나 승진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해 현 정부에서는 중용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육사 45기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육사 46기 중에 현역 군단장이나 작전 계통 주요 직위자가 많아 곧바로 대장 진급과 보직을 부여해도 충분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만한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벌써 하반기 대장급 인사에 대한 여러 가지 관측이 나오지만 육사 46기 중에 차기 대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현 정부는 4성 장군 인사에서 지역적 안배가 전혀 없고 능력과 전문성, 기수를 중점을 두고 있어, 육사 46기 선두 주자들의 면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육군의 4성 장군 자리는 합참의장을 비롯해 육군 참모총장,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지상작전사령관, 제2작전사령관이 있다.
육사 46기 선두 주자는 6명 정도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인 강신철 중장(2021년 12월 중장 1차 진급), 육군교육사령관인 이규준 중장(2021년 12월 중장 1차 진급), 육군미사일전략사령관인 이두희 중장(2021년 12월 중장 1차 진급),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인 박안수 중장(2022년 6월 중장 2차 진급)이다. 육군군수사령관인 엄용진 중장(2022년 6월 중장 2차 임기제 진급)과 국군방첩사령관인 황유성 중장(2022년 6월 중장 2차 임기제 진급)이 있지만 임기제 진급이라 앞선 4명의 중장 보다 4성 장군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
세대교체 명분, 육사 46기 대장 진급 유리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개혁비서관과 안보국방전략비서관을 역임했다. 지난해 12월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에 사실상 실패해 ‘서면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다만 군 안팎에서는 강 본부장 경우 군단장 경험이 없음에도 윤석열 정부 들어 합참 작전본부장 입성해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두희 미사일전략사령관은 28보병사단장과 국방부 정책기획관, 제1군단장, 지상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을 역임하고 올해 상반기 장성 인사에서 육군미사일전략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방정책과 작전 분야를 두루 거쳤다. 이규준 육군교육사령관은 6군단과 통합한 5군단장을 역임하며 안정적인 지휘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안수 중장은 39사단장, 지작사 작전계획처장, 2작전사 참모장 등 현장 지휘 경험이 풍부한 작전통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6월 국군방첩사령관(옛 군사인보지원사령관)에 임명된 황유성 중장은 제20사단장,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육군본부 군수참모부장,군사안보지원사령관 대리에 이어 방첩사령관에 임명됐다. 황 사령관 역시 군단장 경험이 없다.
비육사 출신으로 육군 참모차장인 학군장교(ROTC) 29인 고현석 중장이 주목할 만하다. 합참 작전본부장과 육군 참모차장은 대장 진급 1순위 보직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고 중장은 준장은 4차, 소장은 3차에 진급한 포병장교 출신인데, 이례적으로 참모차장에 발탁됐다. 비육사 출신이 참모차장 보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군 장성 인사는 일반적으로 4월과 10월에 단행하는데, 새 정부 출범으로 5개월가량 앞당겨 지난해 5월에 이뤄져 올해 10월 하반기 장성급 인사까지 3군 참모총장은 1년5개월 정도 임기를 채우게 된다.
해군과 공군 참모총장은 기수 파격이 없고 통상적으로 바로 아래 기수에서 대장이 나오고 있다. 4성 장군이 한 자리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합참의장 자리에 간다면 2명의 대장이 나올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군(해사 출신) 1명, 문재인 정부에서 공군(공사 출신) 2명의 대장이 나왔다.
현재 이종호 해군 참모총장은 해사 42기다. 다음 기수인 해사 43기는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과 강동훈 해군 참모차장이 선두 주자로 지난해 하반기 장성 인사에서 서로 보직을 맞바꾸기도 했다. 김 중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해군 참모차장으로 갔다고 6개월 만에 해군작전사령관 보직을 꿰찼다. 2019년 1함대사령관 시절 북한 주민 4명이 탄 목선이 23사단 관할 삼척항으로 귀순한 사건 발생으로 경계실패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았다. 강 중장은 2함대사령관을 거쳐 김 중장 보다 2년 빠른 문재인 정부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해군교육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 등의 주요 보직을 거쳤다. 43기에 소장인 최성목 국방정보본부 정보기획부장, 정일식 해군군수사령관 등도 앞서나가는 두 중장급 동기 뒤를 좇고 있다.
해사 43기·44기, 해군 참모총장 경합
또 다른 해군의 중장 보직에 44기 선두 주자 2명도 있어 주목할 만하다. 이성열 해군교육사령관(2021년 12월 1차 진급), 양용모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 (2022년 5월 2차 진급)이 43기 선배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예편하거나 해병중장 포함해 44기는 한 기수에 중장 이상 진급한 인원이 4명이나 나와 황금의 기수로 불린다.
전군 중장 서열 1위인 해병대사령관 자리도 관심사다. 3군 체제인 대한국민의 특성상 해군 참모총장의 권한을 위임 받아 일부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계환 해병대사령관(2022년 11월 3차 진급)은 이종호 해군 참모총장의 해사 2년 후배로 그 위상에 걸맞게 기수 측면에서도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해군처럼 바로 아래 기수가 사령관을 이어 받는 것은 아니다. 직전 김태성 해병대사령관은 해사 42기,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은 해사 40기였다.
해병대사령관 후보인 소장 보직은 현재 4명이 있다. 해사 45기인 조영수 제2해병사단장, 임성근 제1해병사단장이 있다. 임 소장은 최근 논란이 된 해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관련 1사단장으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뒤를 이어 해사 46기인 주일석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장과 해사 47기인 정종범 :해병대부사령관이 후보군으로 분류될 수 있다.
공군 참모총장은 공군 36기 출신인 정상화 대장으로, 공군 참모차장과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을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참모총장에 올랐다. 36기는 한 기수에 중장 이상 진급한 인원이 4명이나 나온 황금의 기수로 불린다. 차기 공군 참모총장 후보군인 중장은 5명이 있다. 참모총장 1년 후배인 공사 37기인 박웅 합동참모차장(2021년 12월 중장 1차 진급), 박하식 공군작전사령관(2021년 12월 중장 1차 진급)이 선두 주자다.
주요 보직 꿰찬 공사 37기 대장 승진 유리
이어 공사 38기인 윤병호 공군사관학교장(2022년 6월 중장 1차 진급), 이상학 공군참모차장(2022년 6월 중장 1차 진급), 이영수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2022년 6월 중장 1차 진급)이 현 정부에서 중장으로 진급하며 1년 선배들을 뒤좇고 있다. 현 정부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앞서 37기가 전 정권에서 요직을 맡았고, 최근 공군 참모총장은 참모차장과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자리에서 발탁되고 있어 37기 보다는 38기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군인사법에는 참모총장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이후 최근 30년간 3군 참모총장 임기는 평균적으로 육군참모총장은 1년 4개월, 이는 육군 병사 복무기간 1년 6개월보다 짧다. 4년 임기를 보장받는 미국과 비교하면 절반도 못채운 수준이다. 공군참모총장도 1년6개월로 짧다. 그나마 해군참모총장은 1년9개월로 길지만 역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각군 최고 수장이 1년여 꼴로 바뀌다 보니 정책의 연속성이 끊기고,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총장들은 취임 1년만 지나면 낙마 걱정에 전전긍긍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직전인 남영신 육군참모총장는 임기 1년 8개월을 채웠다. 김정수 해군 참모총장도 임명 약 6개월 만에 물러나 해군총장 중 역대 최단기간 내 교체다. 박인호 공군 참모총장도 11개월 만에 교체돼 임기 2년 중 1년을 다 채우지 못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총장의 임기가 정해져 있지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장성 인사에서 4성 장군 교체는 없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군 지휘의 안정성을 위해 합참의장은 2년 임기를 대부분 채우는 경우가 많고, 국방장관 교체에 3군 참모총장 교체까지 이어지면 국방정책의 연속성에서 대통령실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로 보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아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참모총장의 2년 임기 보장해 내년 상반기 장성 인사에서 4성 장군을 교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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