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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보다 '스포츠 감동' 키워…임시완·하정우 완벽 싱크로율

[리뷰] 영화 '1947 보스톤'

'애국' 벗으려 노력…편집 등 고심

수정 반복, 의도한 연출은 흐려져

27일 개봉, 추석 극장가 도전장

영화 '1947 보스톤'의 한 장면.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시상대에 올랐지만 고개를 숙인 마라토너 손기정. 그가 ‘제2의 손기정’과 함께 태극기를 달고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기 위해 달리는 감동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1947 보스톤’이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는 2019년 촬영에 들어갔지만 팬데믹과 주연 배우들의 영화 외적 문제로 긴 시간 동안 개봉하지 못했다. 1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강제규 감독은 “답답하고 힘든 시간이었다”며 “하지만 내실을 다질 수 있던 값진 시간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영화 '1947 보스톤'의 한 장면.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촬영 후 흘러간 시간 속에서 관객들의 작품 선택 양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예상되는 전개로 대표되는 ‘아는 맛’ 영화들은 흥행 참패를 거뒀고, 입소문을 확보하지 못하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특히 ‘국뽕’으로 대표되는 신파 영화들을 관객들은 거부하기 시작했다. 강 감독 역시 “요즘 관객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또 신파와 국뽕을 거부하는데 이 이야기의 국뽕과 신파는 얼마나 강한가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런 단점들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모습이 눈에 띈다. 인터넷 상에서 “포스터와 제목, 시놉시스만 봐도 전개가 다 보인다”라는 말들이 개봉 전부터 눈에 띄었다. 물론 당연히 큰 전개의 틀은 역사대로 진행되지만 새로운 맛을 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애국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 덕분에 스포츠가 주는 감동의 서사 비중이 더 커졌다. 극 구성과 편집을 굉장히 고심해 많이 한 흔적이 역력하다. 강 감독도 블라인드 시사를 계속 하며 많은 부분을 수정하고 걷어냈다고 밝혔다.

다만 그렇게 수정한 부분들이 관객의 선택을 받을까는 개봉 후에 지켜봐야 할 영역이다. 너무 많은 것을 바꾼 탓에 영화의 중심이 되는 마라톤은 42.195㎞나 끝없이 이어지는데 이야기는 자꾸만 분절된다는 느낌을 준다. 너무 많이 타인의 의견을 듣고 수정한 탓에 감독 본연의 의도와 연출이 훼손돼 완전한 애국 영화도, 완전한 스포츠 영화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이 되어 버렸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947년은 일제로부터 독립했지만 국가를 이루지 못한 시기인 미군정기로, 대중문화에서는 그리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시기다. 강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시대의 혼란상을 더 그려내고자 했고, 친일과 관련된 안타고니스트(적대적 인물)도 설정도 해 보는 등 개인적 바람은 있었다"며 “러닝타임 문제와 이야기가 분산되는 다원화되는 느낌 때문에 시대상 이야기를 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지나간 과거들에 대해 애착을 많이 가지게 됐다”며 “우리 나라도 지나간 역사와 인물들을 대면해보고 역사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 '1947 보스톤'의 한 장면.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하정우·임시완의 연기는 시대와 잘 어우러지고 감동을 준다. 강 감독은 “배우들이 실제 인물들과 많이 닮아 유족들도 만족하셨다”며 “하정우는 자신의 역할에 집요할 정도로 집중하는 탁월한 배우고, 임시완도 배우로 손색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칭찬했다.

연출과 배경, 소품이나 음악은 시대상을 잘 살렸지만, 올드한 분위기도 느껴진다. ‘은행나무 침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의 미장센과 구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익숙한 맛이다.

추석 영화 대전에서 맞붙을 경쟁작인 ‘거미집’과 ‘천박사 퇴마 연구소’에 비해 관객 층은 넓게 확보할 수 있는 영화다. 실화 기반의 묵직한 감동 스토리가 온 가족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개봉, 108분.

영화 '1947 보스톤'의 강제규 감독.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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