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인 166조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사정 악화로 인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글로벌 기업 7689곳의 재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2분기(4~6월) 기업들의 유(有)이자부채 잔액은 총 12조 758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금융 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2008년 4분기(10~12월) 집계액(6조 6000억 달러)보다 92% 증가한 규모다. 유이자부채는 차입금이나 사채 등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채무로 금리 상승 시 금융 비용이 늘어난다.
분석 대상 기업들의 올 2분기 이자 지불액은 총 1250억 달러(한화 약 165조 7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최근 5개 분기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다. 기업들의 채무 부담 가중 요인으로는 금융 위기 이후 오랜 시간 이어진 저금리를 꼽았다. 2008년 9월 리먼 쇼크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미국이 같은 해 12월 정책 금리를 낮춰 사실상 제로 금리 정책을 펼쳤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 19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기업들이 리스크 대비를 위해 자금 조달을 서두르면서 부채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어 금리를 올리면서 터져 나왔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은 물론, 내야 할 이자가 함께 증가한 것이다.
비용 부담에 기업의 디폴트 위험도 커졌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디폴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한 48건으로 분기 기준 최근 3년래 가장 많았다. 2024~2026년 상환이 임박한 자금 중엔 저신용평가 기업의 채무가 상당해 기업 디폴트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타무라 토시오 히토츠바시대 교수도 “저금리 덕에 적은 이익으로도 이자 지급을 감당해 온 ‘숨은 좀비 기업’의 재무 악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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