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를 동원해 개인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해욱 DL(옛 대림) 그룹 회장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31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벌금 2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DL과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법인에도 각각 벌금 5000만원과 3000만원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그룹 호텔브랜드 '글래드(GLAD)'의 상표권을 자신과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인 APD에 넘겨주고 자회사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옛 오라관광)이 사용하게 하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다. DL은 2013년 호텔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체 브랜드 글래드를 개발하고 APD에 상표권을 출원하게 했다. 이후 호텔 임차운영사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APD와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고 2016년 1월∼2018년 7월 수수료로 31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과도한 수수료 지급이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라고 보고 과징금 13억500만원을 부과하고 이 회장과 관련 회사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회장 측은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수수료 지급은 정당한 거래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DL이 APD에 글래드 상표권을 사용해 이익을 얻을 기회를 제공했으며, APD와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APD 측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 이 회장이 개입해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다는 점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위해 계열사를 이용해 장기간 부당한 이익을 도모한 것으로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대법원은 역시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 회장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사익편취 범행의 공소시효 5년이 지났다는 DL 측의 주장에 대해선 범행 종료일은 이 회장이 APD 지분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에 무상 양도한 시점으로 봐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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