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북한 인권 문제 공개회의에 앞서 이 의제가 절차상으로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리 대결이 펼쳐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가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발언을 신청해 “유엔 안보리의 주요 책임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 인권 논의가 긴장감 고조 등 부정적인 결과만 부를 것이라고 지적하며 “진짜 북한 인권 문제에 신경을 쓴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러시아 차석대사도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위선”이라고 했다.
반면 가장 마지막으로 발언한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안보리의 방치는 궁극적으로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황 대사는 북한 정권이 주민 복지에 써야 할 자원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핵 문제는 불가분의 연계성이 있다, 인권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면 핵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안보리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으면서 이날 안보리의 북한 인권 안건은 별도 투표 없이 의제로 곧바로 채택됐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탈북 청년이 나와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고발하고 북 정권을 향해 공개적으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북한이탈주민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김일혁씨는 이날 북한 인권 문제를 주제로 한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증언했다.
김 씨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 주민에겐 인권도, 표현의 자유도, 법치주의도 없다”며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은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죽을 때까지 노역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가족의 탈북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모가 어린 자녀와 헤어진 채 수개월간 고문을 당하고 결국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김 씨는 2011년 가족과 함께 탈북한 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북한의 인권 실상에 대해 고발하는 활동 등을 해왔다.
그는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 더는 (범죄를) 저지르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기 바란다”며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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