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살인 등 흉악 범죄에 대응하고자 ‘가석방 없는 종신제’ 도입을 본격 추진한다.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묻지 마 흉기 난동’ 등 흉악 범죄가 끊이지 않자 정부가 처벌 강화 등 법령 개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이달 14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11일 밝혔다. 핵심 내용은 형법상 기존 무기형을 가석방을 허용하는지에 따라 구분한다는 점이다. 기존 형법 41조에서는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와 유기’로만 구분했다. 같은 법 72조는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가석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에는 가석방 허용 여부에 따라 무기형을 구분한다.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도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했다. 또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을 선고한 때에만 가석방이 가능하게 했다. 법무부는 입법 예고 기간 중 의견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이 도입되면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실효적인 제도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기징역보다 무거운 형벌인 사형이 1997년 12월 이후 집행되지 않아 흉악 범죄자에 대한 형 집행 공백이 생기는 만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만들어 죄질에 따른 단계적 처벌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게 법무부 측 입장이다. 또 오판 사실에 대해서도 사형 제도와 달리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근거로 꼽았다.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의 경우 되돌리기 어려운 사형 제도와 달리 오판 사실이 드러나면 재심이나 감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대법원이 최근 가석방 없는 종신제 도입의 필요성을 밝힌 점도 추진 배경으로 꼽았다. 앞서 대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자가 다른 수형자를 살해한 사건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에 대해 “법에 없는 절대적 종신형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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