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계속해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가슴을 밀치며 거부한 40대 남성에 대해 2심 재판부가 1심의 벌금형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3부(이봉수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이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6월 울산의 한 상가 인근에서 “아는 오빠한테 맞았다”는 B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C씨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며 욕설과 함께 가슴 부위를 때리고 밀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신고자 B씨는 현장에서 울고 있었으나, 경찰관을 보고는 “아무 일 없으니 돌아가시라”며 신고 철회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경찰관은 곧이어 나타난 A씨를 가해자로 추정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자기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으나 경찰관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A씨는 신분증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이를 본 경찰관은 A씨 앞으로 바싹 다가서며 압박하듯 다시 신분증을 요구했고, A씨는 경찰관을 밀쳐내며 팔 부위를 때리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신분을 확인하려는 경찰관에게 욕설하고 폭행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는 신고자가 신고 의사를 철회한 상황에서 경찰관이 강압적으로 신분증을 요구한 것은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니기 때문에 실랑이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신체적 위력을 행사한 것은 정당방위라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관이 신분증을 제시받지 않고도 충분히 A씨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계속해서 A씨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것은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불심검문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즉, A씨가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기 때문에 경찰관이 전산 조회를 통해 신원을 찾아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신고자가 바닥에 떨어진 해당 신분증을 주워 왔는데도, 경찰관이 A씨를 계속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고려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폭행 현장을 벗어난 상태여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A씨 신원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도 보이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계속 신분증 제시를 요구한 것은 불심검문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정당한 공무집행이라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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