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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선생님은 왜 '불체포특권'을 가질까

이승령 사회부기자





“권투 글러브를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소한의 보호 장구도 없이 링 위에 서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일 뿐입니다.”

전국적으로 폭염 경보가 발령된 지난달 2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 교원 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사의 외침이다. 그의 말처럼 교실은 아이들을 가꾸고 길러내는 ‘꽃밭’이 아닌 교사들이 폭력과 희롱에 맞서 자신을 보호해야 할 ‘정글’이 됐다. 그들은 그저 교사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감내해왔으며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 대한 죄의식의 무게를 당연시해야만 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세상을 등진 젊은 여교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학교 문을 열고 출근하고, 문을 닫고 퇴근을 할 정도로 자기의 일을 사랑했다고 알려진 그는 그토록 사랑하던 일 때문에 스러졌다. 마찬가지로 올해만 11명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심리적 고통 속에 몸부림 치는 교사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들을 악성 민원과 언어·물리적 폭력으로부터 보호할 법·제도적 장치는 유명무실한 현실이다. 현재 교사들이 아동학대로 신고 받으면 죄의 여부를 가리기도 전에 학교 현장과 차단(격리)된다. 임용권자가 학부모 민원을 우려해 직위 해제를 남발하는 탓이다. 이에 교사들은 정당한 생활지도 대신 ‘몸 사리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현안 보고에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지원하고 교사를 무분별한 아동학대 책임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선생님이 죽으니 이제서야’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사가 받는 악성 민원 건수나 무고성 신고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어떤 실효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각종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실태조사를 빠르게 실시한 후 민원 창구 일원화를 비롯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교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학교장의 동의 없이 학원 안에서 체포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을 가진다. 이는 무엇보다 중요한 아이들의 학습권이 결국 교사가 있음으로 완성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교권이 바로 서지 않는 이상 학교 현장에서 ‘신명 나는’ 교육이 이뤄질 수는 없고 아이들의 학습권은 보호받지 못한다. 제대로 된 교육,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되기 위해서 교사 보호와 더불어 제대로 교육할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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