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으로 탄핵소추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5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재난 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 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 심판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주무 장관의 탄핵을 통해 재난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미로 탄핵소추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헌재는 이날 이 장관의 탄핵 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헌재는 그동안 두 차례의 준비 기일과 네 차례의 공개 변론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수렴한 결과 국회가 이 장관의 탄핵 사유로 꼽은 헌법이나 법률 위반 사유에 대해 관련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국회 측이 꼽은 주요 탄핵 사유는 이 장관의 사전 재난 예방 조치 및 사후 재난 대응 조치 의무 위반과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다.
헌재는 우선 사전 예방 조치와 관련해 “피청구인은 안전관리계획 수립 대상 축제 중 대규모·고위험 축제에 대해 미비점 개선·보완 요청 등을 했다”며 “다중 밀집 사고 자체에 대한 예방·대비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참사 발생 전 핼러윈 기간 이태원의 인파 밀집을 예상한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사고 자체를 예상하거나 우려했던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지역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경찰서 등이 사전에 이 장관에게 별도로 보고하지 않은 점도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는 이유로 들었다.
사후 재난 대응 조치와 관련해서는 참사 발생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적시에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탄핵 청구 사유로 들었지만 헌재는 “이 장관이 중대본 운영보다는 실질적 초동 대응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현저히 불합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당시 이 장관이 다른 대응 조치에 우선해 중대본과 중수본의 설치·운영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중대본과 중수본을 설치하지 않아 긴급 구조 활동이 본래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후 재난 대응 조치 의무 중 하나로 꼽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 위반 여부 역시 헌재는 “이 장관은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 및 협력 요청을 계속했다”며 “이 장관의 재난 대응 방식이 정부 정책과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렸던 부분은 이 장관의 사후 발언이다. 이 장관이 참사 직후 참사 원인과 골든타임, 재난 관리 주관 기관에 대한 발언을 두고 책임 회피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별개 의견으로 “전체적으로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는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정미 재판관은 “해당 발언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연연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언행이었고 이는 참사의 피해자와 유족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들 재판관 역시 “법 위반 행위가 중대해 파면을 정당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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