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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AI로 국민 감시…권력에 의한 권력을 위한 기술 발전

■권력과 진보(대런 아세모글루 지음, 생각의힘 펴냄)

인류역사서 권력과 기술 관계 조명

산업혁명으로 노동자 더 억압받고

메타는 자극적 콘텐츠 노출로 수익

모두가 아닌 소수 지배적 특권층이

테크놀로지 진보로 인한 풍요 취해

"시민 목소리 높여야 번영 공유 가능"





“기술의 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멋진 신세계’가 어떻게 펼쳐질 지 결정된다.”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대런 아세모글루와 그의 MIT 동료 교수 사이먼 존슨은 최근 번역 출간된 ‘권력과 진보(원제 Power and progress-Our thousand year struggle over technology and prosperity)’에서 ‘진보’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권력’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앞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에서 국가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인이 ‘제도’라고 주장했다. 10여년 만에 나온 이번 책에서는 한걸음 더 나갔다.

기술이 발전하면 모든 이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 진다는 게 기존의 ‘상식’이었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더 나은 기계의 도입은 거의 자동적으로 노동자들의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정하는 집단은 소수의 엘리트층 및 권력자이고 진보로 인한 풍요는 그들의 주머니만 불렸다. 이들은 언제나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비전을 설정해 왔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공공의 이익이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웠다.

저자는 기술 발전이 불러온 대표적인 배신 사례로 메타(옛 페이스북)과 중국 공산당을 소개한다. 소셜미디어가 떠오를 당시 초기에는 시민들 사이에 열린광장 역할을 하면서 부패와 폭력을 폭로하고 지혜로운 정치 담론의 장을 이루어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리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이곳은 가짜정보를 퍼나르고 극단주의자들의 혐오 선전이 활개치는 온상이 됐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페이스북은 무분별하게 업로드되는 유해한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용자 관여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상위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수정해 왔다. 그것이 이 회사의 수익을 계속 올려줬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국민 감시를 위한 인공지능(AI) 기술에 막대하게 투자하고 있다. 이른바 ‘사회신용체계’ 등의 시스템 구축을 통해 사적인 데이터를 방대한 규모로 수집해 분석하고 검열, 삭제하는 중이다. 중공이 감시 기술에 돈을 쏟아붓자 중국 내외의 테크기업들은 앞다투어 이에 영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AI 분야에서 유일하게 중국이 미국을 앞선 분야가 데이터다. 이런 기술은 다른 독재 국가에도 수출되는 중이다.

위와 같은 사례들 대부분에서 거대 기업과 독재 정부의 선택으로 인해 피해를 입거나 영향을 받을 시민들의 의견은 수렴되지 않았다. 이러한 기술들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후생을 낮추고 민주주의를 쇠퇴시켰다.

책은 이와 함께 지난 1000년간의 인류 역사에서 권력과 기술의 관계를 살펴본다. 유럽 중세에서 개선되고 체계화된 농업기술은 당시 인구 90%의 농민들에게 부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대서양 교역을 통해 미국과 유럽의 일부 사람들은 막대한 부츨 축적했으나 그 배에는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 출신 노예가 타고 있었다. 산업혁명 시기 혁신적인 기계의 발명이 공장 생산성을 높여주었지만 노동자들은 오히려 더 억압적인 환경으로 내몰렸다.

저자들은 기술의 발달로 얻은 번영의 이익을 함께 향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포용적인 비전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와 경제를 독점한 권력자들 반대편에 놓인 시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저항할 수 있는 길항 권력을 가질 때에 ‘공유된 번영’이 더 실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상 때보다 생활 수준이 높은 이유는 우리에 앞선 시대 시민과 노동자가 스스로를 조직해 권력층이 좌지우지하던 선택에 도전했고 이를 통해 기술향상의 이득이 더 평등하게 공유되는 방식을 강제해 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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