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낙폭이 컸던 수도권 집값이 소폭 반등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현 수준에서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 일부 지역은 반등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지방의 경우 상반기 3.4% 떨어진 데 이어 하반기 추가로 1.6% 더 하락하며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시장의 온기가 퍼지기에는 요원한 것으로 예상됐다. 금리 상승, 경기 둔화 등 주택 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26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2023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이와 같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수도권 매매가격이 5월까지는 4.7% 하락해 낙폭이 컸으나 하반기에는 안정화되며 보합(0.0%)이 예상됐다. 특히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도 관측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이 4.7% 하락하는 동안 수도권(-6.5%)이 지방(-3.0%)보다 더욱 떨어진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상반기 매매 시장은 연초 규제 완화를 통해 하방 압력을 다소 누그러뜨렸고 36조 원에 육박한 정책금융이 시장에 유입되며 전년 대비 낙폭이 줄었다”면서도 “여전히 과거 대비 부담스러운 금리와 가격,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시장이 부진한 만큼 지방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며 전반적인 주택 시장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건산연 원장은 “국내 부동산 시장은 시장 원리보다는 정책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며 “하반기에도 전세사기 및 미분양 사태의 심각성, 금융 안정성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에 따른 시장 대응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하반기에도 하락세가 계속되겠지만 낙폭 자체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2020년(4.6%)과 2021년(5.1%) 급등했던 전세가격은 지난해 5.6% 떨어졌고 올해 상반기에는 무려 6.0% 하락했다. 여기에 올 하반기에는 추가로 2.0%가 떨어지며 연간 기준으로는 8.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하반기에도 공급 물량이 여전히 많지만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하락하고 있고 매매 수요 축소로 인한 수요 유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임차인들이 전세가 하락 및 월세 상승으로 전세 시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어 전세가 낙폭이 상반기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역전세 문제에 대해서는 “하반기에도 전세보증금 반환 이슈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전체 시장 가격에 하방 압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건산연은 올해 하반기 국내 건설 수주가 하반기에 6.6% 감소하며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2.9% 감소한 200조 1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건설 수주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는 5년 연속 증가했었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건설 수주는 2022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0% 이상 감소하고 주택 경기 부진까지 계속돼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 투자도 상반기에 늘어난 것과 달리 하반기에는 완공 공사가 증가하면서 점차 감소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건설 경기 회복 여건 조성을 위해 자재 가격 안정화 및 공사비 현실화가 시급하다”며 “최근 시장 문제로 주목받는 부동산 PF 리스크 최소화와 정부의 SOC 예산 확대 등 건설 산업을 활용한 경기 부양책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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