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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 의무 부메랑… 매년 120명씩 버려졌다

■ 법 사각지대 놓인 갓난 아기들

'입양특례법' 개정 후 1200명 달해

비정한 엄마만 양산●모순점 노출

태아 생존권·산모 건강보호 시급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친모 구속

23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에서 관계자가 ‘베이비박스’를 점검하고 있다. 2009년부터 운영 중인 이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아기는 이날까지 총 2089명에 달한다. 오승현 기자




정부가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지난 10년간 베이비박스(키울 수 없는 아기를 두고 가는 장소)에 유기된 아기가 12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갓난아이를 낳아 유기하는 사건은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급증했다. 영아를 유기하는 부모의 대부분은 출산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부모의 출생신고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3일 정부와 아동 기관 등에 따르면 여성이 홀로 아기를 출산한 뒤 병원 밖에 버리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잡힌 영아 유기만도 지난 10년간 1200건에 육박한다.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 위기영아보호상담지원센터의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아기는 이날까지 총 2089명에 달한다. 사진은 친부모가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맡기기 전 상담 중 아기에게 남긴 편지. 오승현 기자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 동안 영아 살해는 85건, 영아 유기는 1185건 발생했다. 특히 영아 유기 사건은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후 크게 늘었다. 2010년 62건에서 2012년 139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178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출생신고가 된 아동에 대해서만 입양이 가능해지면서 몰래 아기를 입양 보내기가 불가능해지자 미혼 부모들이 아기를 유기한 것이다.

국내에서 베이비박스를 설치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출생신고 의무화는 10대 미혼모들에게 출생신고를 강압적으로 하라는 것”이라며 “법 개정 이후 유기가 크게 증가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에서 설치한 베이비박스에 2009년부터 이날까지 14년간 모두 2089명의 아기가 유기돼 공동체에 인계됐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이종락 목사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유민 기자


전문가들은 버려지는 영아와 미혼모를 보호하기 위해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목사는 “미혼모를 대상으로 선(先)행정, 후(後)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호출산제를 도입하고 베이비박스에서도 1년가량 아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위기 영아 일시보호소로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아 유기 방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2026년 수립되는 국내 입양 활성화 기본 계획에 보호출산제 관련 내용을 담기로 했다. 임산부가 상담을 거쳐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경우 해당 아동을 지자체에서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수원지법의 차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영아 살해 혐의로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아 2명을 출산한 직후 살해해 냉장고에 보관해둔 혐의를 받는 30대 친모 A 씨는 이날 예정돼 있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 출석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A 씨의 구속은 별도의 심문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이뤄졌다. A 씨는 현 남편과의 사이에서 이미 3명의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임신하게 되자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아이를 살해해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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