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한국·일본·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몰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예상보다 미진한 중국의 경제 회복, 미국이 주도하는 우호국 위주의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중국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월가가 낙관적으로 전망했던 중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으로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기업을 모은 항셍중국기업지수는 최근 직전 최고점인 1월 27일 대비 약 20% 폭락했다.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의 증시는 순항 중이다. 일본의 닛케이지수는 5월 29~30일 이틀 연속으로 33년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고 인도의 센섹스지수도 최근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 코스피는 5월 30일 연중 최고치(2585.12)를 기록했으며 대만 증시 역시 전 세계 주요 증시를 웃도는 성적을 내고 있다.
이는 글로벌 투자 자금이 중국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신은 중국의 경제가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고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면서 중국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금이 최근 들어 감소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에는 5월 중순까지 7주 연속 외국인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4월 일본 투자 비중을 늘린 사실을 알리며 투자심리가 살아난 점, 일본 당국이 주주 환원 정책을 장려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과 대만에도 올 들어 각각 92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통신은 “기술 집약적인 한국과 대만 증시가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 증가, 반도체 상승 사이클 진입 전망에 힘입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NY멜런투자운용의 아닌다 미트라는 “중국 밖으로의 투자 자금 재분배가 아시아 여러 곳의 광범위한 주가 상승을 촉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 기관들도 중국에 대한 투자 전망을 하향하고 있다. 지난주 씨티그룹은 중국의 부양책이 미진하다며 중국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BNY멜런투자운용도 지난주 중국 투자 의견으로 ‘중립’을 제시했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주식전략가는 “중국의 장기적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은 단기 투자 수요도 약해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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