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허가신청과 관련한 대법원 예규 중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조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하고 관련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25일 인권위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 허가 기준의 참고사항으로 활용돼야 할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 제6조 등이 허가 여부의 판단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에 대해 대법원장에게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조항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회의장에게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과 관련한 요건·절차·방법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 제6조(참고사항)에서는 ‘법원은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의 심리를 위해 신청인에 대한 다음 각호 사유를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 제6조에 명시된 5가지 사유 중 ‘신청인에게 상당기간 정신과적 치료나 호르몬요법에 의한 치료 등을 실시하였으나 신청인이 여전히 수술적 처치를 희망하여, 자격 있는 의사의 판단과 책임 아래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 여부'가 참고사항이 아닌 허가 여부의 판단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진정제기의 주요 이유다.
앞서 해당 사건의 진정인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대표는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 제6조가 참고사항임에도 일부 재판부가 이를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에서 허가 여부의 판단기준으로 사용해 신청인의 탈의한 전신사진 또는 외부 성기를 갖추었음을 증명하는 사진 등을 요구한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신청인들이 정정 허가를 받기 위해 강제로 성전환수술이나 생식능력 제거 수술 등 비가역적 수술을 받게 돼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법원이 성별정정을 위해 수술을 강제하지만 국내에서 시술이나 수술을 진행하기 어렵고 높은 비용으로 성별정정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에서 허가 여부에 관해 개별 재판부가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의 문제는 사실상 재판에 관한 사항에 해당해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일부 재판부가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 제6조를 허가 여부의 판단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성전환수술이나 생식능력제거 수술의 필요성 및 위험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등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호르몬요법과 같은 의료적 차선 수단이 있음에도 개별 상황을 평가하지 않고 외과적 처치를 정정요건으로 삼는 것은 침해 최소의 원칙에 반하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에 근거해 인권위는 대법원장과 국회의장에게 성별정정사무처리지침을 개정할 것과 성별정정 관련 특별법을 제정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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