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코퍼’로 불릴 만큼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로 꼽히는 구리 가격이 최근 급락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8035.74달러로 마감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초 9300달러 선까지 거래되던 구리가 최근 한 달 만에 약 11%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현물 재고가 쌓이면서 선물과 가격 차이가 통상 수준을 넘어설 만큼 급격히 벌어지는 이른바 ‘슈퍼콘탱고’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8월 인도분 구리 선물은 톤당 8102.00달러로 마감했다. 현물 가격과의 격차는 66.26달러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구리 가격 하락세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기대를 모으던 중국마저 경기 반등이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 등 서방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제조업이 둔화한 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원자재 시장에서 수요를 강하게 견인할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FT는 “아시아 최대 경제 강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낙관적 정서로 지난해 11월에서 올해 1월 사이 주요 산업 원자재 금속들의 가격이 일제히 반등했다”며 중국의 경기 회복 모멘텀이 기대를 밑돌자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 등 라틴아메리카의 공급 차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는 점도 구리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아프리카 DR콩고에 위치한 중국 소유의 초대형 구리 광산 관련 세금 분쟁이 해결되면서 공급량이 늘어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비축 물량이 고갈되기 전까지 구리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21일 ‘불황’ 요인을 반영해 올해 평균 구리 가격 전망치를 톤당 9750달러에서 8698달러로 낮춰 잡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전기자동차(EV) 등 차세대 산업의 주요 소재로 꼽히는 구리가 올해 내로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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