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년 내내 축제 같은 행사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마스크를 벗고 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서 설레고 기대돼요.”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되면서 봄철 대학가 축제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소규모로 축제가 제한적으로 진행됐던 지난해와 달리 마스크를 벗은 채 진행되는 까닭에 젊은이들은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동아리 부스, 주점, 가수 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 축제를 찾은 학생들로 대학가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잔디광장에서 사격 체험을 하기 위해 줄을 선 신입생 김수진(20) 씨는 “이런 대규모 행사가 2019년 이후 처음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며 “친구들과 동아리 부스에서 다양한 굿즈를 구매하고 음식을 사 먹느라 5만 원 정도를 썼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친구를 보러 왔다는 동국대 신입생 정진우(20) 씨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게 적응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해방’을 주제로 축제를 연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는 12일 저녁에 열린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이른 오전부터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됐다. 재학생들에게 배부되는 공연 입장 팔찌를 받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줄을 섰다는 김정은(21) 씨는 “가수 싸이의 공연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앞에서 보고 싶어 줄을 섰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공연에는 1만여 명이 모여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코로나19 유행 직후 대학에 입학한 이른바 ‘코로나 학번’은 축제를 기획·운영하는 감회가 새롭다. 조준범(25)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은 “올해는 코로나와 시험으로부터 해방하자는 의미를 담아 축제에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성균관대 학생회 소속 신 모 씨는 “지난해 축제는 마스크를 쓰고 진행돼 아쉬웠다”며 “직접 기획한 축제를 학생들이 즐기는 표정을 보니 보람차다”고 말했다. 비빔면을 판매하는 동아리 부스를 운영한 이화여대 재학생 전가인(21) 씨도 “축제 운영을 제대로 해본 사람이 없어서 걱정도 됐지만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각종 이색 체험 행사도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화여대 축제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영산줄다리기 행사가 진행됐다. 양편으로 나뉘어 거대한 줄을 어깨에 멘 학생들은 힘찬 환호성을 보내며 줄다리기 전통문화 체험을 즐겼다. 이날 줄다리기 행사에 참여한 이화여대 재학생 박 모 씨는 “줄을 꼬는 것부터 시작해서 줄을 당기는 것까지 참여하는 것은 이맘때만 즐길 수 있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는 축제 기간 동안 바이킹 기구를 학내에 배치했다. 26도까지 기온이 올라 땀이 흐르는 날씨에도 학생들은 연신 부채질을 해가며 바이킹을 타기 위해 100m가량 줄을 이뤘다. 저녁에는 학내 운동장에 약 30곳의 주점이 열린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코로나 종식이 다가오면서 대학 축제뿐 아니라 초중고 스포츠 활동도 정상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가 4년 만에 전면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1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초중고 2327팀 3만 7217명의 학생들이 모든 시합에 대면으로 참가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스포츠클럽대회가 전면 대면 대회로 열리는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라며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 확산 여파로 사실상 대회가 열리지 못했고, 확산세가 한풀 꺾인 지난해에는 비대면·대면 대회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간 외부 활동이 억눌렸던 탓에 열기가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1만 7000원에 판매되는 연세대 응원단 축제 티켓의 암표 가격이 35만 원까지 치솟아 논란이 일고 있다. 축제를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의 수요가 몰려 20배가량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11일 대구의 한 대학 축제에서는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다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설과 발길질을 한 대학생이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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