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댄스댄스레볼루션(DDR)과 ‘카트라이더’, 레트로 게임 ‘팩맨’,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콘솔 게임 기기 ‘엑스박스’ 등으로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게임장으로 변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게임이라니. 의아할 수 있으나 의외의 조합은 아니다. 이미 많은 미술관이 게임을 ‘예술'로 인정하고 디자인, 프로그램, 캐릭터, 이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2일부터 시작되는 ‘게임사회’ 전시를 통해 놀이로만 여겨지던 게임을 현대미술의 관점으로 조망한다.
실제로 게임은 현대미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이번 ‘게임사회’전에 전시된 ‘플라워’ ‘플로우’ 등 게임 뿐 아니라 ‘팩맨’ ‘심시티 2000’ ‘마인크래프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디오 게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디어아트를 도구로 하는 현대미술 전시에서는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게임을 통해 작품 속에 직접 참여하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과 게임의 접점 속에서 게임의 미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게임의 문법과 기술을 이용한 현대미술 작품 30여 점과 실제 게임 7점은 서로 구분 없이 섞여 전시돼 있지만 무엇이 게임이고 무엇이 작품인지 분간할 수 없다.
현대미술은 시각적 사실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데 더 집중한다. 그렇다면 예술로서의 게임은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까. 전시는 50년 전 등장한 커다란 비디오게임 ‘콘솔 기기’에서 답을 찾는다. 어린이이에게 콘솔 기기 컨트롤러는 지나치게 크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도 여성에게 이 기기는 여전히 크다.
홍이지 학예연구사는 “커다란 콘솔기기 제조사는 단 한 번도 여성과 아이의 손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성인이 될수록 남성은 여전히 게임을 즐기지만 여성은 게임에서 배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게임이 예술이라면 이를 감상하거나 즐기는 방법도 좀 더 공공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에서 커다란 콘솔기기를 각각의 기능으로 분해한 엑스박스(X-BOX)의 접근성 게임 컨트롤러를 설치했다. 이를 통해 장애·비장애인이 모두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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