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디즈니의 약세와 경기침체 가능성에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18% 오른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17%, 0.66% 내렸는데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경기둔화와 금리인상 중단 전망에 한때 연 3.34%대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날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나왔는데요. 지역은행 팩웨스트 뱅크콥은 지난 주 예금이 9.5%나 빠졌다는 소식에 22.7% 폭락했는데요. 어제 실망스러운 디즈니+ 가입자 수를 발표한 디즈니는 이날 8.73% 내렸죠.
앞서 영란은행(BOE)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ECB는 3월에 1년 인플레 기대가 5%로 한 달 새 0.4%p 상승하고, 3년은 2.4%에서 2.9%로 급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은행 위기와 상업용 부동산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하면서 테슬라 주가는 2.1% 뛰었는데요. 오늘은 경제지표와 지역은행, 증시 전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다이먼, “은행 위기 끝낼 필요 공매도 조사해야”…“팩웨스트, 예금 9.5% 하락에 주가 -22%”
먼저 지표 간단히 살펴보고 다이먼 CEO 발언을 뜯어보겠습니다. 이날 나온 4월 PPI가 전년 대비 2.3% 상승해 2021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 집계치는 2.5%였습니다.
전년 대비 수치는 올 들어 △1월 5.7% △2월 4.8% △3월 2.7% △4월 2.3%로 확연히 줄어들고 있는데요. 1달 전과 비교하면 PPI가 0.2% 올랐습니다. 월가 예상치(0.3%)를 소폭 밑돌았죠. 에너지와 농산물을 뺀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3.2%였습니다. 시장 전망은 각각 0.2%와 3.3%였는데요. PPI 항목 중 일부는 개인소비지출 계산 때 사용되면서 전반적으로 소비자 물가의 선행 지표로 평가 받습니다.
고용시장은 생각보다 좀 더 둔화했는데요. 아직 역사적으로 강하긴 하지만 이날 나온 지난 주(4.30~5. 6)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6만4000건으로 전주보다 2만2000건 불어났습니다. 시장 전망이 24만5000건이었으니까 이를 꽤 상회한 건데요. 2021년 10월 말 이후 최대죠.
변동성이 줄어드는 4주 이동평균도 전주 23만9250건에서 이번에 24만5250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청구건수는 181만3000건으로 월가 예측(182만 건)보다 낮았지만 전주와 비교하면 1만2000건 늘었죠.
두 자료가 예상을 크게 벗어나거나 충격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은 분명히 보여주는데요.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PPI는 공급망이 정상화하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증가하는 실업청구 건수는 노동시장이 약해지고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제공한다”고 봤습니다.
노동시장에 관해서는 앞으로 둔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엘리자 윙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실업수당 청구건수 증가는 관련법 상 정리해고 시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실질 해고 때까지 시차가 있어 실업 증가에 시간이 걸린다는 우리의 지난 3월 분석과 일치한다”며 “앞으로 몇 주 동안 (실업이) 늘어날 것이며 이는 고용보고서에 반영돼 노동시장 완화의 더 명확한 신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제프리 클레인톱도 “하반기에 노동시장 수요와 공급이 역전될 수 있다"고 주장했죠.
이 같은 경기둔화 움직임 속에서 지역은행이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날 팩웨스트 뱅크코퍼레이션은 5일 기준 최근 1주일 새 예금이 9.5%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매각 얘기가 흘러나온 4~5일 전후 대부분 빠져 나갔다지만 규모가 너무 큰데요.
팩웨스트는 연준에 담보를 추가로 맡기고 재할인창구(discount window)를 통해 39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 총 유동성이 150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는데요. 팩웨스트는 이는 비보험 예금 52억 달러를 크게 뛰어넘는 금액이라며 시장을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월가는 팩웨스트가 재할인창구를 추가로 이용했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봤죠. 앞서 팩웨스트는 3월 말보다 예금이 증가했다고 하면서 주가가 뛴 적도 있는데 상황이 반전된 셈인데요. 지온스 뱅크(-4.51%)와 코메리카 뱅크(-6.76%)도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은행 위기(bank crisis)를 끝내야만 한다”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 연준은 상황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뭐든지 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은행주 공매도와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옵션과 파생상품, 공매도 등에서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며 “만약 누군가 잘못하고 있거나 공모가 있거나, 공매도를 한 뒤 트윗을 날리는 등의 일이 있다면 이들을 뒤쫓아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다이먼은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언을 한 셈입니다.
“JP모건, 美 디폴트 땐 재앙. 워 룸(War room) 설치 21일부터 매일 회의”…“카시카리, 인플레 너무 높아 정책 유지할 것”
다이먼 CEO의 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우선 그는 계속해서 ‘위기(crisis)’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위기가 아닌 ‘혼란(turmoil)’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이들이 많음에도 이런다는 것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데요. 다이먼이 위기와 혼란을 구별 못 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가 “위기를 끝내야 한다”고 한 것도 뒤집어 보면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인데요. 다이먼은 이달 초 퍼스트리퍼블릭뱅크를 인수하면서 “위기가 거의 다 끝났다”고 선언했었죠. 그런데 팩웨스트는 1차적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도 다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은행위기가 시작된 지난 3월 초 이후 지역은행들의 채권 금리가 약 2%p 더 높아졌다고 하는데요. 뱅크런이 끝나면 수익성과 자본 문제로 넘어가는데 아직 1단계 상황이 종결되지 않은 은행들이 있는 거죠.
다이먼은 이날 “지역은행들이 꽤 강하다(quite strong). 어닝이 나쁘지 않았다”고 했는데,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어떤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존재합니다. 지역은행들이 정말 강하다면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지 않겠지요.
실제 그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손실이 지역은행 몇 곳을 문닫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다이먼 CEO는 “(상업용 부동산 문제로) 몇 개 은행이 쓰러질 수 있는데 이는 정상적인 일”이라며 “내슈빌과 탬파, 올랜도 같은 지역이 시카고나 뉴욕, 시애틀보다 상황이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뜻은 이렇습니다. 경기 사이클 막바지에 경제가 둔화하거나 침체가 찾아오면 당연히 연체가 증가하면서 상황이 나쁜 중소 은행은 파산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는 과거에도 매번 반복됐던 일이고 2008년 금융위기처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맞는 얘기지만 추가 은행 도산이 나올 때 신뢰도가 유지될지, 미 국민들과 투자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다른 문제죠.
추가로 다이먼은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과 관련해 “디폴트(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그것은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은행 관계자들이 현재 일주일에 한 번 워룸에 모이고 있는데 (부채한도가 해결 안 되면) 21일부터는 매일, 그 뒤로는 하루에 세 번 모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1일 이후로는 경계감을 상당히 높여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다이먼은 사람들이 겁에 질려 패닉에 빠지면 돌발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옵션 시장에서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헤지 수요가 5년 만의 최대치라고 하는데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디폴트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며 미국의 경제 리더십을 훼손할 것”이라 “국가안보를 지키는 능력에도 의구심을 제기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죠.
그래서일까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취재원을 인용해 “바이든과 의회 지도부 사이의 (금요일) 만남이 다음 주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는데요.
다만, 연기가 나쁜 의미가 아니라 좋은 의미라고 합니다. 이 소식통은 CNBC에 “이것은 긍정적인 진전(positive development)이다. 회의는 진행 중이며 참모들이 계속해서 만나고 있다”며 “아직 위에 가져갈 적당한 타이밍이 아닐 뿐”이라고 전했는데요.
이 내용이 맞다면 분위기가 좋은 겁니다. 협상을 할 때 대통령과 공화당 하원 의장이 세부 내용 갖고 싸우는 게 아니죠. 이들이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실무선에서 세부안을 만들고 서로 안을 교환한 뒤 그게 어느 정도 합리적이면 다음 번 만날 때 결단을 하는 겁니다. 막판에 틀어질 수도 있지만 의미 없이 말싸움을 위한 자리는 만들 이유가 없지요. 블룸버그는 “협상이 다음 주로 미뤄졌다. 이는 실무선에서 진전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습니다.
“UBS, 투자자들 하반기 내내 연준 완화 속도에 실망할 것”…“부채한도 협상, 실무 차원서 진전 있는 듯”
지금으로서는 연준이 크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점이 이날도 확인됐습니다. 매파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2%)를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꽤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더 오랫동안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전했는데요.
미 전역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뉴욕시와 뉴저지 저지시티, 뉴왁 등 뉴욕시 생활권의 임대료가 4월 기준 최근 1년 간 6.1% 상승해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증시 상황 더 보겠습니다.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올해 남은 기간 동안 투자자들이 연준의 정책 완화 속도에 실망할 가능성을 책정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는 범위를 크게 상회한다”고 전했는데요.
4월 CPI만 해도 월별 기준이 0.4%나 된다는 겁니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 슈왑 최고 투자 전략가도 “연준은 그렇게 빨리 금리인하를 위해 피벗(pivot)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동조했는데요.
별도로 해펠레 UBS CIO는 “주식시장은 경제를 지나치게 장밋빛으로 보고 있다”며 “어닝 감소와 긴축적인 금융시장, 상대적으로 높은 주식시장 평가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크리스 자카렐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스 CIO도 같은 생각인데요. 그는 “투자자들이 경기침체 위험에 너무 낙관적”이라고 봤죠.
어제 늦게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 창업자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올해 FAANG에 대한 우리의 기본 가정은 50% 상승”이라며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요인을 높게 쳤는데요. 그는 이들이 오르면 전체적인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웨드 부시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분야 왕좌의 게임에서 앞서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소파이의 리즈 영은 부채한도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도 “미국 국채를 좋아한다”고 했는데요.
어쨌든 인플레이션 관련 자료는 내일도 나옵니다. 블룸버그 집계치를 보면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3월 -0.6%)로 예상되는데요. 미시간대 5월분 1년 인플레이션 기대는 4.4%로 4월(4.6%)보다 0.2%p 내려갈 전망입니다. 중요한 5년 이상 인플레 기대는 2.9%(4월 3.0%)로 안정적인 수준을 보여줄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5월 소비자신뢰는 63.0(4월 63.5)으로 전망됩니다.
여전히 절대 수치가 높고 내려오는 속도가 느리지만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역은행 요인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요. 특히 대출감소와 신용축소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미국 경제와 증시를 계속 흔들 겁니다.
데이비드 치아베리니 웨드 부시의 은행 애널리스트는 “퍼스트리퍼블릭은 예금보호 대상 예금 가운데 10%가 빠져나갔다. 팩웨스트가 비보호 예금을 막을 수 있는 유동성은 있지만 보호받는 예금이 이탈할 때가 진정한 문제”라고 했는데요.
그만큼 은행 문제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더라도 돌발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 유념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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