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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로 사망한 30대 女 최연소 육상 국대 출신이었다

"하나뿐인 여동생 챙기는 게 유일 희망"

가족 살뜰히 챙겨 안타까운 더해져

18일 오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 모니터에 인천지역 3번째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의 빈소 안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로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여성이 육상 국가대표 출신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하나뿐인 여동생을 제대로 챙기는 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밝힐 정도로 가족을 살뜰히 챙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8일 인천 한 장례식장 지하 1층 빈소에는 전날 새벽 숨진 전세 사기 피해자 A(31)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A씨는 전날 오전 2시 12분께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으며, 그의 집에서는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가 함께 발견됐다.

조사 결과, 그는 이른바 ‘건축왕’ B(61·남)씨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였으며, 앞서 경찰에 신고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공인중개사 등 9명과 함께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 보증금 125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현관문 앞에 추모 조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어린 시절 국내 해머던지기 고교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유망한 육상 선수였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원반던지기 선수로 활약하던 A씨는 열악한 가정 형편 탓에 부모와 떨어져 지냈다.

그는 부산으로 내려온 이후 해머던지기로 종목을 바꿨고, 전국 체육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여자 해머던지기 종목에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울산시청 소속으로 2012년 전국 육상경기선수권대회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각종 대회에서 선전했다. 선수와 코치 생활을 이어가던 A씨는 2019년 9월 보증금 7200만 원을 주고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으며 인천 미추홀구에 정착했다.

최근에는 애견 미용 관련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또 다른 꿈을 키우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21년 9월 A씨는 전셋집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인의 요구로 보증금을 9000만 원으로 올려줬다.

그러나 그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 사기 피해로 전체 60세대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겨졌다. 소액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만, 201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 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으로 2700만 원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재계약 과정에서 보증금을 올려준 탓에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앞 쓰레기봉투 안에 수도 요금 독촉장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숨지기 전날까지도 회사에 출근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수도 요금을 내지 못해 독촉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집 현관문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수도 요금 체납을 알리는 노란색 경고문이 버려져 있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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