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1일(현지 시간) 미국의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대해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3자가 개입돼 있으며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에 도착한 김 차장은 워싱턴DC 인근의 덜레스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김 차장은 전날 인천공항에서 밝힌 것과 같이 이날도 “(도감청 자료는) 누군가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유출된 미국의 기밀문서 전체가 조작됐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미 국방부의 입장도 있고 현재 (미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많은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가 섣불리 얘기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12일 국민의힘 친윤계 모임인 ‘국민공감’에서 강연한 후 이 사안과 관련해 취재진에게 “상당수의 문건이 조작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박 장관은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미 동맹이 더 높은 수준으로 결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모든 국민이 안다”며 “70주년을 맞은 역사적 해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통해 한미 동맹이 다시 새롭게 다져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과 외교부가 한목소리로 사태 진화에 나선 것과 관련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정상회담 사전 협상에서 한국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155㎜ 포탄 50만 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받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달 한국 정부 및 방위산업 업체와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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