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노후 생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하루빨리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낮은 성과를 비난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차분하게 그 원인을 찾아 해결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비교한다.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은 연 6%에 달하지만 퇴직연금은 연 2%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성과 평가의 기본 원칙은 ‘사과는 사과끼리, 배는 배끼리’ 비교하는 것이다. 사과와 배를 비교하는 것은 자칫 잘못된 정보로 인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사과와 배처럼 엄연히 다르다. 국민연금은 자금을 모아 기금운용본부에서 국내외 주식과 채권, 대체자산 등으로 분산투자해 얻은 성과다. 반면 퇴직연금은 정기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과 펀드와 같은 실적 배당 상품 중 가입자가 직접 선택해서 운용한다. 국민연금이 전문가에게 맡기는 일종의 일임 계약이라면 퇴직연금은 금융회사의 자문을 받아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자문 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굳이 두 연금을 비교하려면 국민연금을 가입자의 계좌에 나눠주고 직접 운용한 결과와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다.
국민연금은 일종의 큰 펀드라고 할 수 있다. 퇴직연금과 성과 비교를 한다면 원리금 보장 상품을 제외한 실적 배당 운용 성과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최근 5년간의 성과를 보면 국민연금은 연 6.6%, 퇴직연금 실적배당형은 연 5.2% 수익률을 기록했다.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주식·펀드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퇴직연금의 운용 규제를 감안하면 결코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수 없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연 1.57% 수준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의 이러한 구조를 이해한다면 어떻게 해야 전체 수익률을 올릴 것인지 자명해진다. 원리금 보장 상품에 몰려 있는 퇴직연금 자금을 적절하게 실적 배당 상품으로 분산해야 한다. 실제로 퇴직연금 자산의 83%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예치돼 있고 13.6%만이 실적 배당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개선되기는 했지만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퇴직연금 가입자의 연령이나 투자 경험, 성향, 투자 목표 등에 맞는 적절한 자산 배분이 이뤄지도록 자문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자문이라도 투자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다면 원리금 보장에 매달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 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효율적 자산 운용을 위한 투자 교육도 강화해나가야 할 것이다. 겉만 보고 싸잡아 비난한다면 연금제도 전체에 대한 불신만 부추길 우려가 있다. 가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개선해나간다면 퇴직연금 수익률도 높아지고 국민의 노후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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