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교과서 검정 결과에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을 펼치고 과거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강제징용 해법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측의 후퇴한 역사 인식이 재확인될 경우 개선되고 있는 양국 관계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27일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28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고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012년 2차 아베 신조 정권 출범 이후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제 동원 문제를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과서를 개정해왔다. 이 때문에 올해 발표될 초등학교 4~6학년 사회교과서에도 ‘강제징용’ 문제에서 ‘강제’ 등의 표현이 빠지고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내일 발표 내용을 봐야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도 “일희일비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억지 주장 등 사실 왜곡에 대한 대처 방향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지난 10여 년간 해온 입장이 나오는 것이라면 전례에 비춰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중대한 변화가 있다면 당연히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등 왜곡 문제에 대해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해왔다.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 발표는 해마다 한일 관계의 악재가 돼왔다. 다만 이달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 시점이라 발표가 몰고 올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만일 일본의 후퇴한 역사 인식이 다시금 확인된다면 대일 관계 개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될 수 있다.
한편 대통령실은 한일 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우리가 먼저 하고 그다음에 일본 측이 어떤 조치를 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최근 양국의 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재편입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지만 일본은 이에 상응하는 명확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화이트리스트를 정상화하려면 일본과 한국은 각각 시행령 개정, 산업부 고시 개정이 필요한데 시행령 개정 절차가 좀 더 복잡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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