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에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야당이 일본 언론을 인용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한일정상회담에서 독도와 위안부 관련 문제를 거론했다는 주장을 하는 데 대해 직접 부인한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여권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방일 성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독도·위안부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말도 없었는데 마치 일본 언론을 보고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데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16일 한일정상회담 이후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분출된 독도·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논의되지 않았다고 일관된 입장을 표명해왔다. 외교부도 정상회담 이튿날인 17일 출입 기자단에 배포한 공식 입장문에서 “이번 회담의 주된 논의 주제는 강제징용 문제를 비롯해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것이었다”면서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관련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외교부는 “상대국 정상의 언급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은 외교 관례상 당연한 것”이라며 “이를 국내 정치적으로 정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20일 밝혔다. 그럼에도 야당이 같은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하자 윤 대통령이 직접 김 대표를 만나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재확인한 셈이다. 대통령실도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일정상회담을 ‘숭일 외교’라고 비판하는 야당에 대해 “부끄럽다”고 비판한 사실도 파악됐다. 여당과 대통령실에 따르면 방일 당시인 17일 나카가와 마사하루 입헌민주당 헌법조사회장은 윤 대통령에게 “곧 방한해 한국 야당 의원들을 만나 미래를 위한 한일 관계를 함께하자고 설득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김 대표에게 이를 설명하며 “그런 얘기를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일본은 한일 관계의 미래를 위해서, 양국 간 협력을 위해서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며 “그런 것은 참 부럽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야권의 공세를 일축하고 곧바로 한일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위한 협의에 돌입했다. 이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방일 길에 올랐다. 권 장관은 25일까지 일본에 머무르며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등 일본 정부 인사와 면담할 계획이다. 아울러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 및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등 정계 주요 인사와도 만나기로 했다.
한편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 중 미국에서 군사 당국 국장급 인사들이 참석하는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번 DTT에서는 탄도미사일 정보 공유에 어떤 시스템을 활용할지, 국가별 제한 사항은 무엇인지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국장급 DTT가 열리면 이는 2020년 5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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