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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타 스캔들' 장영남 "입시보다 아들의 행복이 더 중요하죠"

'일타 스캔들' 장영남 / 사진=앤드마크 제공




잔뼈 굵은 배우 장영남이 '일타 스캔들'을 통해 두 가지를 처음 느끼게 됐다. 높은 시청률과 함께하는 마무리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도, 작품에서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연출 유제원)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다.

장영남이 연기한 장서진은 변호사로 일하는 워킹맘이다. 첫째 이희재(김태정)의 입시 실패에 충격받고, 둘째 이선재(이채민)의 입시를 위해 사교육의 메카로 이사 온다. 이희재는 재수하는 척하더니, 히키코모리가 돼 방에만 처박힌다. 결국 부부 사이에도 금이 가게 된다. 이로 인해 장서진은 이선재 입시에만 매달리고, 집념은 집착으로 바뀌게 된다.

장영남이 '일타 스캔들'을 선택한 이유는 서사의 따뜻함 때문이었다. 작품 속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질문'이라는 메시지가 와닿았다. 그는 가치 있는 삶이란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걸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작품에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한다는 것도 매력적인 지점이었다.

"전도연, 정경호, 김선영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 '일타 스캔들'에 출연할 이유는 충분했어요. 특히 전도연은 누구나 흠모하는 배우잖아요. 꼭 같이 하고 싶었죠. 김선영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도 보고 싶었고요."

'일타 스캔들' 스틸 / 사진=tvN


동료 배우들과 대본의 매력에 이끌려 출연을 결정했지만, 걱정이 되는 건 작품의 장르였다.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센 캐릭터인 장서진이 자칫 맑은 물 위를 떠다니는 한 방울의 기름이 될까 봐 걱정이 된 것이다. 드라마 배역 중 유일하게 코미디가 없는 캐릭터가 서진이다.

"톤 조절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어요. 장서진이 차분한 척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중점을 뒀습니다. 차분한 척하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톤을 잡는 것도 중요했고요. 감정 표현을 억누르면서 외형적으로는 부드럽게 보이려고 했습니다."

장서진은 전사가 궁금해지는 캐릭터다. 캐릭터 설명에는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으로 이 악물고 혼자 힘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때문에 아들들을 의사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적혀 있다. 장서진이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장영남도 장서진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하면서 전사를 유추했다.

"자수성가한 장서진은 정말 어렵게 공부하면서 살았을 거예요. 잘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했을 거고요. 아마 자존심은 세서 참고 살았을 거예요. 이런 사회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어서 자식들 교육에 더 집착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장서진에게 지적 허영심이 생긴 것도 이런 세상을 살았기 때문이에요."



/사진=tvN '일타 스캔들' 방송화면 캡처


이 악물고 공부해 변호사가 되고,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자식들 교육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지만 외롭다. 심지어 남편과의 사이도 썩 좋지 않다. 주변에 사람은 많지만, 정작 마음을 터놓을 상대가 없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악착같이 살다 보니 피도 눈물도 없어졌을 거예요. 성공해야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사는데, 속을 보여주고 싶어 하진 않죠. 자식들도 엄마를 믿어주지 않고, 위로받을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술에 의존하게 돼요. 장서진이 술 먹고 혼자 앉아 있던 모습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장영남은 10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그는 과도하게 입시에 집착하는 장서진의 모습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한다고 했다. 그는 "김선영과 '우리는 애들을 이렇게 안 키운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편하더라"며 "하지만 연기자는 주어진 캐릭터로 시청자를 설득해야 되지 않냐. 사명감을 갖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장영남도 입시에 신경 쓰게 되지 않을까. 장영남은 아직은 앞이 캄캄한 이야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 앞에 당장 놓인 숙제는 아들의 입시가 아닌, 아들의 사춘기였기 때문이다.

"사춘기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그런데 갱년기가 이긴다고 하더라고요. 전 아들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입시까지는 아직 너무 먼 이야기인 것 같아요. 대학교 계획까지 세워놓는 부모가 있다고 들었는데, 전 아니에요. 아들에게 '엄마는 네 행복이 중요해'라고 말하죠. 아들이 혼자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완성된 '일타 스캔들'은 최고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됐다. 높은 시청률이 나온 만큼, 주변 반응은 뜨거웠고, 장영남은 전에 느낀 적 없던 행복을 경험하고 있다.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는 늘 생각하죠. 그런데 이 정도로 잘 될 줄 몰랐어요. 사실 저는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높은 시청률은 처음이에요. 제가 이렇게 말하면 다들 안 믿으시더라고요. 또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작품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저는 이런 걸 정말 간절히 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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