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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타 스캔들' 오의식이 찾은 답 "재우 만의 속도로"

'일타 스캔들' 오의식 /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제공




배우 오의식은 '일타 스캔들'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남재우를 연기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경계선에 서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 고민 끝에 오의식은 발달 장애인이 일하는 베어베터를 찾았고, 그곳에서 정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연출 유제원)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다. 오의식이 연기한 남재우는 남행선의 동생이다. 선청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으며, 어릴 때 받은 수술로 경미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남행선의 전적인 보호를 받으며 남행선과 조카 남해이(노윤서), 그리고 남행선의 친구 김영주(이봉련)과 살고 있다.

오의식은 양 작가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오 나의 귀신님' 이후 쭉 함께 작업하며 일명 양 작가의 페르소나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이들의 인연은 '일타 스캔들'까지 이어졌다. 오의식은 배우로서 이런 인연을 맺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데뷔 때부터 만난 작가님이에요.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사이죠. 작가님이 저의 어떤 면을 보고, 믿고 맡겨 주신 거잖아요. 배우로서 더할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은 많고, 잘생긴 배우들도 많아요. 아마 이런 이유로 저와 함께하는 건 아닐 거예요.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노력에 점수를 주신 게 아닐까 추측해요."

'일타스캔들' 스틸 / 사진=tvN


이렇게 '일타 스캔들'에 합류하게 된 오의식. 아스퍼거를 앓고 있는 남재우를 표현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발달 장애인을 소재로 한 작품을 찾아보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찾아봤다. 그러던 중 소속사를 통해 베어베터를 알게 됐다. 베어베터는 발달 장애인이 일하는 회사다.

"발달 장애인을 고용하는 걸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예요. 그런 곳이 있다는 걸 알고, 대표님을 뵙고 인터뷰를 했어요. 인터뷰 중 대표님이 제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셨는데, 회사에서 업무를 한 번 해보라고 제안하셨죠. 저한테는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일하다 보면 제가 찾고자 했던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베어베터로 출근하게 된 오의식은 당초 직원들을 많이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러나 그 자체가 편견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베어베터에서 오의식은 기존 직원들이 업무를 알려주지 않으면 일하기 힘든, 신입사원이었다. 그때가 처음으로 선입견과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오히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죠. 그러면서 직원들과 대화도 많이 했어요. 그분들이 느꼈던 경험, 기뻤던 일, 슬펐던 일을 나눴어요. 여기서 또 편견이 깨지더라고요. 자폐인들은 감정에 무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어쩌면 우리가 미디어에서 익숙하게 생각한 모습을 갖고 계신 분도 있지만, 누군가 저에게 말해주지 않으면 모를 정도의 직원도 계셨어요."





오의식이 찾던 정답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 베어베터에서 느끼고 편견을 깬 순간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종류의 정답이었다. 이걸 깨닫는 게, 오의식에게 남재우를 연기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됐다. 베어베터의 슬로건인 '자기만의 속도로 만듭니다'도 또 하나의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냥 재우를 찾으면 되는 거였구나' 싶었어요. 장애인으로서 어떤 인물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그걸 빼면 되는 거였죠. 자기만의 속도로 가고 있는 재우를 찾으면 됐어요. 어딘가에 살고 있을 재우죠. '재우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니까, 이건 말이 안 돼'라는 게 처음 생각이었자면, '재우가 왜 안돼?'로 바뀐 거예요. 누군가의 눈에는 특별해 보일 수 있지만, 평범한 재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오의식은 베어베터와의 소중한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방송 중간중간에도 꾸준히 소통하면서 남재우를 만들었다고. 보통 오의식이 질문을 하면, 대표님이 의견을 내는 방식이었다.

"'재우가 이런 상황인데, 발달 장애인이라면 이렇게 할까요?'라고 여쭤봤어요. 그런데 대표님과 대화 끝에 내린 결론은 대부분 비슷했어요. '절대 그럴 수 없을까?'였죠. 연기를 하는 내내 베어베터의 도움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나중에는 '장애인 연기를 과하지 않게 일상적으로 그려주셔서 좋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한테 정말 큰 힘이 됐죠."



오의식이 공들여 만든 남재우는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다만 김영주와의 러브라인은 다소 갑작스럽다는 의견이 있었다. 오의식도 러브라인에 대한 호불호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남재우의 사랑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재우와 영주가 서로 의지하고, 호감을 갖다가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죠. 제가 여러 가지 뜨거운 반응을 보고, 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해 봤는데,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 '재우를 많이 사랑해 주시는 구나' 싶었죠. 좋은 반응이든 반대든 배우로서 소중한 의견이에요."

이렇게 작품을 마친 오의식은 차기작 촬영에 들어갔다. 이번 작품 또한 '일타 스캔들'의 행복했던 현장처럼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일타 스캔들'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업했던 게 좋은 성과로 돌아온 만큼, 다음 작품에서도 행복하게 일하길 바랐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아요. 그러다 보니 선택의 중요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박하게 얘기하지만, 큰 꿈인데 구성원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죠. '이 사람과 작품을 하면 행복하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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