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맹공을 퍼붓는 가운데 탄약이 부족해지면서 총기와 구식 삽으로 무장한 근접전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전황 관련 정보를 공개하며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장거리 포격이 사라지고 동원령으로 징집된 예비군들은 총기와 삽으로만 무장한 채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탄약이 부족해 포격 지원이 적은 상황에서 러시아 사령부가 보병이 공격행동을 지속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 예비군은 지난달 말 총기와 삽만으로 무장한 채 우크라이나의 콘크리트 거점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면서 “삽은 육탄전을 벌일 때 사용하는 MPL-50모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구식 야전삽 MPL-50은 잔인한 저급기술 전투에서 무기로 활용되고 있으나 1869년 설계된 이후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 삽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죽이라는 지시를 받은 예비군 일부는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라는 게 영국 국방부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최근 몇 주간 가장 격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고 있는 마지막 지역인 도네츠크주 북부를 장악하기 위해, 러시아군은 이 지역의 교두보 구실을 하는 바흐무트를 몇 달 째 집중 공격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가 바흐무트의 동·남·북 등 3면을 포위 중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군이 위태롭게 버티고 있지만, 러시아로서도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전쟁 장기화와 소모전 전략 탓에 탄약과 포탄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3면에서 둘러싸 포위한 상황”이라면서 “러시아는 막대한 병력 손실에도 돈바스 지역 교통 요충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도 여전히 바흐무트 사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나자렌코 우크라이나 방위군 부사령관은 5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24와 한 인터뷰에서 “철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바흐무트는 러시아군의 집중 공세에도 우크라이나 통제 하에 있다”며 “지난 며칠간 우리 군의 노력 덕분에 전선은 안정된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손실을 줄이고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바흐무트에서 전략적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러시아군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바흐무트 주변 주요 다리 2개를 폭파했다. 이에 대해 미국 싱크탱크 전쟁 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일부 지역에서 퇴각하기 위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