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앙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 간신히 면해 고비를 넘긴 뒤 " “당 내부와 더 소통하며 윤석열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결 직전까지도 결백을 적극 주장하며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정부와 여당의 ‘사법 사냥’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앞서 진행된 신상 발언에서 동료 의원들을 향해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권력자가 국가 위기와 국민 고통을 외면한 채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배반이자 민주공화정에 대한 도전”이라며 “주권자를 대신해 국회가 내릴 오늘 결정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달렸다”고 말했다.
이날 신상 발언의 상당 부분은 위례·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리하게 이뤄졌으며 부당한 정치 탄압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 집중됐다. 이 대표는 “돈 버는 게 시장의 의무도 아니지만 적극 행정을 통해 5503억 원을 벌었음에도 더 많이 벌었어야 한다며 배임죄라 한다”며 “영장 혐의 내용이 참으로 억지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과 달리 성남FC는 성남시 조례로 설립된 시 산하 기업이라 사유화가 불가능하다”며 “성남FC는 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자체 수입이 늘면 세금 지원이 줄어 성남시가 혜택을 볼 뿐 누구도 사익을 취할 수 없고 실제 사익을 취한 바가 없다”고 결백함을 재차 강조했다.
자신이 ‘사법 사냥’의 억울한 표적이 됐다는 점도 거듭 호소했다. 이 대표는 “장기간의 대규모 먼지 털이 수사에도 아무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1000억 원 이상을 추가 부담시켜 업자들이 욕을 하며 반발한 사실과 정영학 녹취록과 같은 무죄 정황만 차고 넘친다”고 힘줘 말했다. 또 “소환 요구에 모두 응했고 주거 부정,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같은 구속 사유도 없다”며 “영향력이 큰 제1 야당 대표라 구속해야 한다는 등의 해괴한 억지와 정치적 언어만 가득하다”고 맹비난했다.
자신에 대한 수사와 구속의 부당성을 강조한 이 대표는 비난의 화살을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으로 돌렸다. 이 대표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수수 혐의와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을 가리키며 “‘50억 클럽’은 면죄부를 주고 도이치모터스는 수사하지 않은 윤석열 검찰이 이재명은 반드시 잡겠다고 검사 60명을 투입해 근 일 년간 탈탈 털고 있다”고 지적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에도 이 대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검찰의 영장 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국회에서 확인해줬다”며 “윤 정권이 정적제거, 야당탄압, 그리고 전정권 지우기에 들이는 에너지를 민생을 살리고 경제 살리는 데 좀 더 써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논평을 내고 “윤 정권의 부당한 정치탄압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대표는 신상 발언에 앞서 한 장관이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발표하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으며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실소를 띠는 방식으로 불만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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