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급랭으로 시행사와 시공사들의 자금난이 악화하는 가운데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하거나 자금을 빌려준 사업장 중 230여 곳의 준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 지연으로 신탁사가 대주단에 수십억 원을 대위변제하는 일까지 처음으로 발생하는 등 부동산 침체의 불똥이 증권사와 건설사를 넘어 신탁사로도 번지고 있다. 신탁사의 책임준공에 기대 급성장해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부동산신탁사 기획 담당 임원회의 문건'에 따르면 올 1분기 말까지 준공이 예정된 부동산신탁사 사업장 중 준공 지연 상태인 곳이 234곳에 달했다. 이 중에서도 손해배상책임이나 신탁계정 대여금 회수 지연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업장은 총 89곳으로 집계됐다. 가장 큰 문제는 신탁사가 책임준공으로 참여하는 사업장이다. 준공지연 사업장 중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확약한 곳이 무려 76%(178곳)였는데 이 중 62곳은 신탁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에 대해 신탁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 발생 우려가 있는 89곳 모두 자체 관리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준공 기한을 어겨 신탁사가 대위변제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업계에 따르면 A신탁사는 경기도 수원 호매실 소재 사업장의 준공을 책임준공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해 3월까지 완료하지 못해 86억 원 상당을 대위변제했다.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대위변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A신탁사는 “공사 원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시행사와 시공사가 자금난에 빠지며 기한 내 준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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