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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공백 우려”…혜화동 파출소 통폐합, 주민 반대로 무산

상주 인력 줄여 시범 운영 후 재검토

서울 종로서 산하 파출소는 통합 수순

“치안 수요 고려한 인력 재배치 목적”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혜화·명륜파출소 통폐합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황동건 기자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 산하 파출소 통폐합 계획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보류됐다. 파출소 통폐합은 인근 치안 수요 감소와 일선 경찰관의 업무 피로도 등을 고려해 추진됐으나 안전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종합해 재검토 단계에 접어들었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혜화·명륜파출소 통합 계획을 보류하고, 기존 3교대 체제를 4교대 체제로 전환해 상주 인력을 줄이는 방식을 검토한다. 파출소 통합은 치안 수요를 고려해 인력을 재배치하려는 의도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일부 파출소에서 시행하는 3교대 근무로 인한 경찰관의 업무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파출소가 통합될 경우 기존 파출소의 숫자는 유지하되, 치안 수요가 더 많은 곳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규모가 큰 파출소는 ‘중심 파출소’로, 작은 곳은 ‘주간 파출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현장 출동은 중심 파출소가 맡게 된다. 인력이 감축된 주간 파출소는 민원 처리를 주로 담당하고 야간 근무는 하지 않는다.

파출소 통폐합 방안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치안 공백을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혜화파출소 인근에 위치한 명륜아남아파트에는 파출소 통합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지난 15일 철거됐다. 혜화동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 A씨는 “언덕의 좁은 골목길을 혼자 걸을 때면 불안감을 느낀다”며 “혜화동 로터리는 각지에서 이어진 길이 모이는 핵심 구역인데 여기 파출소를 통합한다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반면 생각보다 안전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혜화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B씨는 “젊은 사람들이 집을 알아보러 오면 제일 먼저 치안이 어떠냐고 물어본다”면서도 “특별히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동네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지역 사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경찰은 통합을 보류하는 대신 혜화경찰서 산하 파출소들을 4교대 체제로 전환해 3개월 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파출소 인력을 종전의 3조가 아닌 4조로 나눠 배치하게 돼 상주 인원은 줄어든다. 경찰은 시범 운영이 끝나면 주민 여론과 인력 현황을 고려해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통폐합 보류 결정이 알려진 지난 16일 명륜아남아파트에 붙었던 현수막은 철거돼 있었다.

이와 유사하게 통폐합될 계획이었던 서울 종로경찰서 산하 세검정·평창 파출소는 다음주부터 기존 계획대로 통합 수순을 밟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청와대(대통령 집무실)를 옮기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치안 수요를 고려해 인력을 재배치하려는 게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치안 공백 우려가 당연하다면서도 파출소 통폐합은 결국 당초 계획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은 일종의 지역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지만, 경찰은 인구수나 발생 건수 등 데이터를 근거로 결정한다”며 “결국은 경찰이 계획했던 방향대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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