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등 시장조사 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는 올해 여행시장 전망을 ‘T·R·A·V·E·L’로 정리했다고 17일 밝혔다. 해외여행의 큰손에서 이대녀(20대 여성)가 물러나고 대신 빈 공간을 이대남(20대 남성)이 차지하며 일본·베트남의 선두 경쟁에 태국이 도전하는 것과 함께 국내여행은 체류여행 증가로 이동이 감소하고 네이버여행이 부상한다는 것 등이다.
이날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T(Target)·R(Resource)·A(Accessibility)·V(Value for the money)·E(E-connect)·L(Loyalty)’을 아래에서 정리한다.
■ Target(여행객) : 20~30대 여성으로 젊어지는 국내여행 시장…해외여행의 큰손, 이대녀 물러나고 이대남이 차지
◇ 국내여행=2023년에는 상당한 규모의 성장과 함께 변화가 예견된다. 코로나 이전 국내여행 경험과 계획은 남성이 더 많았으나 이제 그 차이가 크게 줄어들었다. 30~40대 남성 우위 시장에 해외여행 길이 막힌 20~30대 여성과 여행 소외층이던 20대 남성이 몰려들고 있다. 여행시장의 여성화와 젊은 층으로의 세대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해외여행 = 해외여행은 2022년 해빙기의 문턱에 도달했으나 원상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층에도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외여행 시장은 20~30대 여성 중심이었으나, 코로나 기간 중 이들의 경험률과 계획률이 모두 크게 낮아졌다. 남성보다 보건위생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경제적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이대남은 2022년도 해외여행 경험률과 계획률 모두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해 해외여행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 Resource(자원 목적) : 국내여행, 볼거리·먹거리 대신 휴식과 자연감상으로…해외여행은 한풀이성 수요 폭발에 공급이 감당 어려워
◇ 국내여행 = 휴식과 자연 감상 중심의 여행은 코로나 이후 변화한 모습 중 하나다. 여행 시 방역 규칙을 지키며 비용 절감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심각한 경제 상황 때문이다. 물가 상승으로 여행비 증가는 불가피해도, 여행 자체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비용이 많이 드는 볼거리·먹거리·놀거리를 최소화하고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 해외여행 = 코로나는 해외여행 자원을 단번에 초토화했다. 갈 곳도 없고, 갈 수도 없는 2년간, 업무상 출장이나 친지 방문 이외의 관광여행은 거의 사라졌다. 빙하기는 끝났어도 산업 인프라의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 보복심리로 한풀이 여행에 나서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은 엄청난 수요를 창출하고 있지만, 공급이 감당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치열한 상품 개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다.
■ Accessibility(접근성) : 체류형 여행으로 이동 감소, 접근성 중요도 낮아져…해외여행은 물리적 접근 아닌 정보의 시의성이 중요
◇ 국내여행 = 언택트 추구 경향은 여행 시 이동수단으로써의 승용차 의존을 높였고, 타인과의 접촉이 적은 휴식과 자연 감상 중심의 체류형 여행을 선택하게 했다. 이에 더해 경제적 부담으로 여행활동이 단순해지면서 관광지-숙소-식사 등을 위한 이동의 필요가 줄어들었다. 언택트와 경제적 부담이 접근성의 중요도를 낮췄다.
◇ 해외여행 = 현재로는 접근 용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 가능 여부가 핵심적이다. 또한 과거의 유명 관광지가 여전히 가볼 만한지 알기가 쉽지 않다. 상업적인 정보도 줄고, 신뢰도도 예전만 못하다. 새로운 여행지 개척 시대다. 여행자들은 타인의 평가와 추천을 지도 삼아 목적지를 찾고, 뒤따를 사람을 위해 흔적을 남기고 있다. 물리적 접근성 이상으로 시의성 있는 정보가 중요하다.
■ Value for the money(비용 및 가성비) : 국내여행은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저예산-가성비 추구형으로…해외여행은 일본, 베트남의 선두 경쟁에 뒤이은 태국의 도전
◇ 국내여행 = 2022년도 여행비는 2019년보다 20% 이상 증가했으며, 소비자의 약 2분의1은 앞으로 여행비 지출이 더 많아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행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숙박과 식사를 선택할 때 가성비를 따지며, 과거의 상업성 정보보다는 주변의 평가와 추천에 더 귀를 기울인다. SNS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2022년 여행지 만족도는 2019년보다 더 높아졌으나 분기별로는 하향세가 뚜렷하다. 고물가 논란으로 수요가 격감한 제주도가 대표적인 예다.
◇ 해외여행 = 2022년 해외여행은 기간도 길어지고 비용도 크게 늘었다(평균 5.3박에서 8박, 139만원에서 202만원으로). 관광 목적으로 찾던 일본과 동남아 대신 업무와 친지 방문으로 북미, 남태평양, 유럽 등을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기회를 잡은 2022년 해외여행 만족도는 2019년보다 낮다. 소문난 잔치에 실망한 격이다. 만족도의 분기별 변동은 미미해 조속한 개선 가능성은 감지되지 않는다. 가장 많이 찾은 아시아 지역에서는 선두 일본과 베트남을 태국이 높은 만족도로 뒤쫓고 있다.
■ E-connect(인터넷과 연결성) : 국내여행, 숙소 제외한 항공·렌터카 등 직접판매 우세…해외여행 예약 채널은 모바일이 처음으로 PC 앞서
◇ 국내여행 = 여행상품 구입 채널로 여행상품 전문웹·앱의 이용이 증가했으나 숙소를 제외한 항공권, 렌터카, 입장권 등에서 직접판매의 우세는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여행상품 구매 시 사용하는 디바이스에서 모바일의 우세는 확실했고, 그만큼 PC와 소셜커머스의 입지는 줄었다. 야놀자, 네이버여행, 여기어때 토종 3강의 기세는 더 커졌다. 네이버여행은 급성장해 여기어때를 추월했고, 성장률이 다소 둔화된 야놀자를 압박하고 있다. 온라인여행사(OTA) 간의 경쟁과 함께 직접판매 채널과의 경쟁 역시 흥미롭다.
◇ 해외여행 = 해외여행 예약 채널 역시 모바일의 증가, PC의 감소가 있었다. 그러나 모바일로의 이행은 국내여행보다 크게 늦어 2022년에 처음으로 모바일이 PC를 앞섰다. 아고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여행사의 이용경험률은 코로나 기간 크게 줄어 국내 3강에 상당한 차이로 처졌다. 해외여행의 봉쇄 탓이다. 해외여행 시장이 본격 회복된 후에도 토종 OTA의 강세가 이어질지 관심사다.
■ Loyalty(만족도, 재방문의향) : 서울, 재방문·추천의향 1위, 만족도 2위로 대약진…해외여행 후 만족도·재방문의향·추천의향 모두 하락
◇ 국내여행 =2022년의 여행시장은 과거와는 다른 새판 짜기였다. 산업 환경은 크게 바뀌었고 소비자도 판매자도 변화했다. 여행의 뉴노멀을 함께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 여행자 입장에서 낯익은 여행은 모두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과거의 지식이나 체험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최근 경험자의 평가나 추천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제주도의 부진을 보면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반면 최근 서울 여행 경험자의 평가는 의미 있다. 서울은 2022년도 조사 결과 재방문의향과 추천의향(공동)에서 1위, 만족도에서 공동 2위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이러한 평판은 향후 여행지 선정과 만족도 평가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 해외여행 =2022년도는 예년과 다르게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 장거리 지역 방문이 크게 늘었고, 평균 8박에 202만원의 경비(1박당 25만원)를 지불해야 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만족도는 오히려 지난 2019년보다 낮다. 해외여행의 만족도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 돼야 한다. 여행산업의 구성요소 모두가 바뀌었고 경쟁환경도 통째로 바뀌었다. 당분간 해외여행 시장은 공급자 중심일 수밖에 없다. 공급을 늘려 수요를 채우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는 낮은 만족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만족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국내여행은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3개월간 1박 이상의 국내여행 경험률은 2019년 69.0%, 2022년 69.2%로 차이가 없다고 봤다. 이는 2년 만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음을 보여준다. 다만 2022년도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상반기(64.5%)에는 코로나 전에 다소 못 미쳤으나, 하반기(73.8%)에는 급등세를 보였다. 여행계획률도 2019년 70.5%에서 2022년 77.3%로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좀 더 높았다. 여행 열망이 되살아났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국내여행 시장은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 심리로 인해 상당한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열악한 경제 상황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해외여행은 지난 3개월간 해외여행 경험률은 2019년 27.6%였으나 2022년에는 5분의1도 안 되는 5.0%로 쪼그라들었다. 완전히 회복한 국내여행 시장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주된 이유는 수요를 받쳐줄 공급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2022년 상반기 3.8%에서 하반기 6.7%로 크게 증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행계획률도 2019년 35.5%에서 2022년 13.7%로 크게 위축됐다. 이 역시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의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계획률(16.9%)이 상반기(10.5%)보다 크게 높은 점은 큰 규모의 대기 시장이 있음을 뜻한다. 여행 인프라의 조속한 회복이 절실하다.
컨슈머인사이트는 2015년 8월부터 수행해 온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매주 500명, 연간 2만6000명)’를 통해 여행시장을 주간 단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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