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 과정에서 환자 동의 없이 폐 일부를 잘라내 1심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가 2심에서 감형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김형작 장찬 맹현무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지난 9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문의로 근무하던 A씨는 2016년 한 환자의 폐 조직검사 도중 폐 오른쪽 윗부분인 우상엽을 잘라냈다. 환자는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당초 폐 조직을 소량만 채취하기로 했지만 검사 과정에서 만성 염증으로 폐 기능 회복이 어렵다고 보고 절제술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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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종 검사 결과 환자의 증상 원인은 결핵으로 판명돼 폐를 잘라낼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지키지 않아 환자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은 "소량 채취한 폐 조직만으로 병명을 확진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절제 행위와 상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폐 우상엽을 절제하려면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동의 없이 절제술을 시행했다"며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A씨의 업무상 과실 때문에 환자에게 폐 우상엽 상실이라는 상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30년 이상 흉부외과 전문의로 성실하게 근무했고, 치료를 위해 노력하다가 범행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벌금형으로 줄였다.
A씨가 이 사건 관련 민사소송에서 패해 거액 손해배상금을 내게 된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 2021년 대법원은 A씨와 병원이 환자에게 손해배상금 1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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