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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물 필요 없다" 1m 줄에 묶인 시골개들의 삶 [지구용]

1m 목줄에 묶여 평생 추위·더위·질병과 외로움 시달려

"개는 물 필요 없다"는 보호자도…미국은 법으로 제재

중성화로 악순환 끊어야…어웨어 이형주 대표 인터뷰

지난해 5월 경북 예천군의 한 마을에서 마당개 중성화 사업 모니터링 겸 환경개선 작업 중이신 이형주 대표님의 뒷모습. /이하 사진제공=어웨어




※기사 내 링크는 서울경제신문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도시 바깥으로 나가면 집 밖에서 묶어놓고 키우는 개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시골개', '시골댕댕이', '시고르자브종', '마당개'로 불리는 아이들입니다. 더우나 추우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반경 1m에 평생을 매어 있는 개들의 삶. 잠시라도 만져주면 행복해하는 얼굴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곤 합니다. 보호자들은 보통 연로한 어르신들이라 따지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서 현실적이고도 중요한 문제 하나.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중성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새끼를 낳기 쉽습니다. 태어난 새끼는 유기견이 되기도, 팔려가기도 합니다. 이 고리부터 끊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 '마당개 중성화 사업'입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님이 이미 6년 넘게 시골개의 삶과 마당개 중성화 문제를 제기한 덕분이기도 합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마당개 중성화 사업이란

농촌지역에 사는 나이 5개월령 이상 마당개(실외사육견)의 중성화를 지원하는 사업. 개인이나 마을 단위로 읍·면사무소에서 신청할 수 있어요. 해당견(!)을 지정 병원으로 직접 데려가야 해요. 이전까지는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실시했는데 2019년 어웨어의 정책 제안 덕분에 2022년 3월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단위로 첫 실시했어요. 보호자가 65세 이상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거나 차상위계층일 경우엔 우선 지원.

2022년 마당개 중성화 사업 목표는 1만8750마리였고 2026년까지 31만9000마리(전국 읍면 마당개의 85%로 추정)에 대해 중성화를 마치는 게 정부의 목표.

"좋은 곳 입양 보내달라"는 마당개 보호자들


Q. 지구용 : 마당개들은 실내견들보다 수명이 짧은가요?

A. 이형주 어웨어 대표님 :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현장에서 보면 오래 살지는 못합니다. 대부분 심장사상충(예방약으로 쉽게 막을 수 있지만 걸리면 치명적)에 감염돼 있고요. 마당개인데도 오래 사는 아이들을 보면 그나마 '반려동물처럼' 키우는 아이들이죠. 그 외의 아이들은 대부분 식용으로, 판매용으로 키우니까 자연사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Q. 마당개 중성화 사업의 첫 해 목표는 1만8750마리였습니다. 목표가 달성됐을까요?

A. 농림부에서 아직 지자체별 자료를 취합 중인 듯합니다. 자료가 나오면 2026년 목표(31만9000마리)를 달성할 수 있을지, 뭘 개선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마당개 중성화 사업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보호자들을 설득해야 하고, 제도 홍보도 더 필요하고, 이동 봉사도 필요합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시는 수의사 분들도 애로사항이 있을 거고요.

예산이 마련돼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의미이긴 한데, 더 잘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Q. 이동 봉사는 어떤 분들이 도와주시나요?

A. 마당개 보호자 분들은 개를 차에 태워서 중성화해줄 병원까지 이동하길 귀찮아하시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 분들, 혹은 지자체 공무원 분들이 이동을 도와주시기도 합니다.



Q. 마당개 중성화뿐만 아니라 '시골개 1미터의 삶' 캠페인도 진행해오셨잖아요. 물그릇이나 와이어줄을 바꿔드린다고 하면 마당개 보호자 분들 반응은 보통 어떠신가요?

A. 뜬장에 개를 키우는 분이 아닌 이상은 생각보다 반감이 강하지 않으십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싹 바꾸려고 하면 거부감을 가지실 가능성이 있어서 몇 번씩 얼굴을 비추면서 하나씩 바꿔드리죠. 물그릇, 와이어줄, 주변 청소까지요. 그런데 그걸 유지하기가 힘들긴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누군가 지켜봐주는 게 좋긴 해요.

사실 보호자 분들도 마당개들에 대한 연민이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태어난 개를 키우게 된 경우가 많거든요. 가서 챙겨드리면 어디 좋은 데로 입양보내달라고들 하십니다.



◆'시골개 1미터의 삶' 캠페인

어웨어는 1m 목줄에 평생 묶여 사는 시골개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긴 줄, 와이어줄, 깨끗한 사료 그릇, 개집 등을 지원해왔습니다. '개는 물 안 마셔도 된다'는 보호자들을 설득해 깨끗한 물 그릇을 가져다주었더니 허겁지겁 물을 마시는 아이들의 모습(어웨어의 영상)이 정말 짠합니다. 개를 묶어두는 줄, 시간 등과 관련해 다양한 규제를 명시한 미국의 주법들처럼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제재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2017년 글이긴 하지만, 캠페인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어웨어의 게시글 링크도 덧붙여 봅니다.





마당개들은 평생 추위와 더위, 운동부족, 영양실조와 지루함에 시달립니다. 질병과 부상, 개물림 사고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장 다 구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 마당개들이 임신, 출산을 반복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동물이 늘어나는 것만이라도 막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동물 복지에 관한 제도와 법을 연구하고 제안하는 어웨어의 활동에 지구용사님들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혹시 마당개들을 구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웨어에서 만든 중성화&반려동물 보호관리의무 전단지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처음 보는 마당개 보호자에게 갑자기 접근하기보단 전단지로 조심스럽게 설득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응이 괜찮다 싶으면 물그릇, 와이어줄을 슬금슬금 권해봐도 되겠죠? 용사님들의 작은 용기가 한 동물의 삶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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