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소설가들에게도 글쓰기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위대한 작가 헤밍웨이는 “글쓰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당신이 할 일은 그저 타자기 앞에서 피를 흘리는 것 뿐이다”라고 말하며 글쓰기의 어려움을 역설한 바 있다.
이는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2017년 수상한 조지 손더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25년간 모교 시러큐스 대학에서 19세기 러시아 단편소설을 가르쳐 온 손더스는 매년 6명의 학생들과 함께 고전 대가들의 작품을 가르치며 자신 역시도 글쓰기를 공부해 나갔다.
손더스는 19세기 러시아의 사실주의 대문호 4인의 작품 7편을 통해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탐구해 나간다. 그는 “작가가 19세기 러시아 단편 소설을 읽는 것은 작곡가가 바흐를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글쓰기 형식의 기반이 되는 원리 모두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 다루는 거장 4인은 레프 톨스토이·안톤 체호프·이반 투르게네프·니콜라이 고골이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 문학을 넘어서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문학계의 거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예술의 암묵적 목표라고 여겨졌던 ‘현실에 대해 큰 질문을 던지는 것’을 구체화했다는 것이다. 손더스는 이들의 작품이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가?’ ‘진실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와 같은 삶에 대한 철학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독자들이 글을 끝까지 읽었다는 것이고, 작가들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썼기 때문이다.
러시아 역대 최고 작가를 넘어서 세계 최고의 작가로도 여겨지는 레프 톨스토이에게서는 이야기의 인과성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책은 톨스토이의 두 단편인 ‘주인과 하인’ ‘단지 알료샤’를 소개한다. 저자는 “인과성을 만드는 작업은 특별히 문학적으로 보이지도 않지만 가장 배우기 어렵다”며 “하지만 인과성이야말로 사실은 이야기의 전부다”라고 강조한다. 또 “변변찮은 작가의 글은 관련 없는 사건들의 연속처럼 읽히고, 어떤 일들은 원인 없이 그냥 일어난다”고 덧붙인다.
위대한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 세 편도 수록됐다. ‘마차에서’ ‘사랑스러운 사람’ ‘구스베리’를 통해 독자들이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본다. 손더스는 “잘 만든 이야기에서 독자와 작가는 아주 가까워져서 둘은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며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의미가 드러나기 때문에, 새로운 측면에서의 관점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가수들’ 에서는 자신이 할 줄 아는 것에 집중하는 대담성, 즉 이야기의 핵심을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손더스는 “문장의 평범함이나 너저분함을 벗겨 내며 문장을 바꾸는 것이 글쓰기의 전부"라며 이야기의 핵심을 문장을 퇴고하는 것을 통해 만들어야 낸다고 말한다.
니콜라이 고골의 ‘코’를 통해서는 ‘거짓을 통해 진실을 말하는 법’을 보여준다. 저자는 “모든 이야기는 관점을 통해 쓰여지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잘못 쓰여질 수밖에 없다”며 “모든 서술은 잘못된 서술이니 기쁜 마음으로 잘못 서술하자”고 말한다.
‘바르도의 링컨’을 통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저자는 그만의 독창적이고 특이한 서술 방식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작품들 역시 고전 대가들처럼 삶에 대한 큰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손더스는 맨부커상 수상 소감에서 “불안과 분열의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를 묻고자 했다”고 말했다. 손더스는 글쓰기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우리의 사유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책에 대해 “손더스는 세상에서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고 진실을 중재하는 일종의 기술로서 독서를 환기한다”고 평했다. 2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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