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정년 연장 논의를 본격화한다. 정년 연장을 포함한 계속고용 문제는 2년 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연금 개혁과 맞물려 있는데다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9일 2023년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계속고용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계속고용은 만 60세 정년이 지난 근로자가 어떻게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다. 정년 연장뿐만 아니라 정년 폐지, 기업의 재고용, 정부의 취업 교육 등 선택지가 다양하다.
고용부는 정년 연장의 타당성 검증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논의를 우선 지원하고 결과를 지켜본 뒤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위원회는 지난해 고용부에 노동 개혁 과제를 권고하면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법정 정년보다 약 10년 빠른 49세”라며 “현행 고령자고용법상 ‘60세 정년’제도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일자리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다. 고용부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으로 청년·여성·장애인과 고령자를 꼽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50세를 넘기면 임금이 급격하게 하락하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다만 계속고용 정책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으로 제시한 연금 개혁과 맞물려 논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도 국민연금 수급 연령 변화를 고려해 정년 연장을 검토하는 안을 권고했다. 연구회에 따르면 국민연금수급 연령은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다. 연금 개혁은 노동 개혁에 비해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범정부 논의기구 등 정년 연장 논의 주체도 다양하다.
고용부는 호봉제에서 직무·성과급제로의 임금체계 민간 확산을 유도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한 불씨를 살리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연공으로 임금을 올린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영계는 고용 유지 비용 부담 탓에 신규 고용이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신규 고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한국 인구의 32.6%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고용 불안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고용부는 이달 상생임금위원회를 신설해 임금제 개편 논의를 본격화한다.
고용부는 또 다양한 일자리 지원 정책을 편다. 올해 3대 업무 보고 과제 목표 중 하나로 ‘일자리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 대응’을 정했다. 업종·지역·기업에 따라 맞춤형 취업 지원을 하고 기업주도형 직업훈련 여건을 확대한다. 고령자의 경우 고용 기업과 퇴직예정자 모두에게 지원금과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실시한다. 실업급여·국민취업지원제·퇴직연금 등 고용 안전망은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고용부는 이달 정부의 일자리 중장기 대책이 담긴 고용정책기본계획을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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