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힘들게 했던 세 가지 악재를 꼽으라면 인플레이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마지막으로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꼽을 수 있다. 이에 최근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 전환 관련 신호는 2023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12월 중국 정부는 사실상 제로코로나 완화 방침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주식시장 반응은 그저 그렇다. 가장 민감한 홍콩 증시는 저점 대비 30%대로 올랐으나 중국 본토증시는 소폭 반등에 그쳤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화장품 업체와 여행주 주가가 반짝했을 뿐이다. 최근 중국에서 확진자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지만 그 전에도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자체의 시장 위험과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 3기 정권의 국가 통제가 지난 2기 보다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공동부유라는 명목 하에 성장보다 평등이 강화될 위험과 민간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 가능성을 의미한다. 경기는 좋아져도 주주가치가 좋아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약점도 많다. 이미 높아져 있는 민간 부채 비율과 고령화, 더뎌지는 도시화 속도를 감안할 때, 중국 경제와 기업들이 이전만큼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이러한 걱정은 합리적이다. 이런 배경은 중국 증시와 관련 국내 업종들이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기 어렵게 한다. 미국 중심 연기금의 경우 중국 자산에 대한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한 비관론은 과장된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중국 공산당이 성장보다 평등과 이데올로기를 더 중요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제로코로나 완화 조짐을 보면 중국식 사회주의는 스탈린식, 마오저뚱 방식과는 다르다. 인민의 불만을 그저 방치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무조건적이지는 않다.
다음으로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조금씩 풀고 있다. 중국 경제가 더 이상 부동산 경기를 통해 성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의지를 애써 무시할 필요는 없다. 최근 중국 정부는 개발업체들의 자금조달(주식·채권 등)을 허용했다. 부동산 수요를 살리는 정책은 쓰지 않지만,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풀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쇄 도산, 즉 중국 신용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가라앉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가계의 높은 저축률(2022년 3분기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32%)도 감안해야 한다. 저축이 많다는 것은 사회보장 시스템이 좋지 않고 소비 활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중국 경제의 어두운 면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 하락을 멈출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와 기업들의 성장 매력은 인도와 동남아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이다. 규모에서 나오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중국 금융시장과 관련 업종들의 잠재력은 과소평가돼 있다고 판단된다. 중국 본토 상해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내외에 불과하다. 홍콩 PER은 8~9배다. 아직은 기대가 현실에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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