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인공지능(AI) 분야 혁신의 아이콘인 캠브리콘 등 주요 AI 관련 기업들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한 강력한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또 중국을 대표하는 메모리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와 유일한 노광장비 생산 기업인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를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제재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나섰다.
1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수출관리규정(EAR)을 개정해 16일자로 36개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명단(entity list)에 추가했다. 앞서 10월 미국이 첨단 반도체, 슈퍼컴퓨터용 반도체, 특정 반도체 장비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 방침을 공개하며 28개 기업을 명단에 올린 지 두 달 만이다. 명단에 들어간 중국 기업들에 제품을 수출하는 미국 기업들은 상무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해 사실상 수출이 어려워진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국가 안보를 위해 중국이 AI와 첨단 컴퓨터 등 강력하고 상용화된 기술을 군 현대화와 인권침해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엄격히 제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우선 캠브리콘과 계열사,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계열사, 중국과학원 컴퓨터기술연구소 등 주요 AI 관련 기업 21곳을 수출 통제 대상에 올렸다. 이들 기업은 AI 반도체 연구개발·생산·판매 업체로 중국 인민해방군 및 방산 업체 등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는 것이 상무부의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특히 이들 21개 기업에 FDPR을 적용해 미국이 아닌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사용할 경우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 국영 반도체 업체인 YMTC와 YMTC의 일본 법인, 허페이코어스토리지전자 등 3개 업체는 수출 통제 대상인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하이크비전에 수출 관리 품목을 판매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중국군 현대화를 위해 미국의 원천 기술을 확보했거나 확보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상하이집적회로연구개발센터와 반도체 노광장비 제작사인 SMEE 등 2곳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신장 위구르족 탄압에 활용된 중국의 감시 카메라 제조 업체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류펑위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국가 안보의 개념을 지나치게 확장해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다른 국가의 기업들에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대우를 하고 있다”며 “이는 노골적인 경제적 강압과 괴롭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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