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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현장] 차타고 인생길 찾는 중년 이야기…따뜻한 위트로 피어나는 희망 '우수'(종합)

배우 김태훈, 김지성과 오세현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우수'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이지윤 인턴기자




친한 후배의 죽음을 계기로 오랜 친구들이 만난다. 삶에 열정을 잃은 이들이 차를 타고 광양으로 내려가면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에는 삶에 대한 따스함과 위트가 묻어난다. 감독의 영화적 스승에 대한 존경을 담은 의미이기도, 영화에 등장하는 내천의 이름이기도, 겨울에서 봄이 오는 한 계절을 뜻하기도 하는 영화의 제목 ‘우수’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우수’(감독 오세현)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배우 김태훈, 김지성과 오세현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우수’는 후배 철수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난 옛 친구들의 하루를 담백하게 그린 로드무비다. 후배의 부고 소식에 일상이 흔들리는 ‘사장’ 역에는 윤제문 배우가 열연한다. ‘사장’의 친한 후배 역에는 배우 김태훈이, ‘사장’의 과거 연인으로 원치 않게 동행하게 된 ‘김 이사’ 역에 배우 김지성이 가세했다. ‘우수’는 지난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돼 호평을 받았다. 이후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7회 파리한국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됐다.

오세현 감독은 이날 “10년 전 아는 후배의 부고 전화를 받았었는데 그걸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잘못 들었었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친구와 함께 갔는데 그때의 감정이 특별해 새기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연출하게 됐다”라고 영화를 기획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오세현 감독


영화 속 캐릭터는 캐스팅 이후 구체화했다. 배우 캐스팅 과정에 대해 오 감독은 “처음에 윤제문 선배님이 영화 좀 같이하자고 말씀하셨고, 같이하기로 한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태훈 선배님과는 수년 전에 시나리오 쓰면 달라고 말씀하셔서 그걸 허투루 듣지 않고 태훈 선배 생각하면서 써서 보내드렸는데, 다행히도 같이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태훈은 “시나리오를 보고 오세현 감독님스러운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감독님이) 장률 감독님 작품에서 PD를 하셨는데 당시에 워낙 조용한 스타일이었다, 그럼에도 감독으로서 연출하면 어떨까 궁금했다”라며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궁금한 이야기였고 같이 해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지성을 ‘우수’로 이끈 것은 하나의 대사였다. 김지성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정말 간결해서 한 번에 읽혔다, 여백이 많아 두 번 세 번 읽을수록 배우 스스로 생각할 거리가 쌓였다”라고 회상했다. 김 이사는 오랜만에 찾아온 전 연인 ‘사장’을 보자마자 욕설과 함께 ‘깜짝이야’ 라고 내뱉는다. 김지성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었다"면서 "정말 쿨해서 꼭 내 입으로 내뱉고 싶다 생각했다”라고 미소 지었다.

배우 김지성


오 감독의 작업 방식은 여백이 많은 시나리오와 닮아있었다고. 김지성은 “감독님이 말이 없으셔서 속으로 번역도 하고 해석도 해보고 어떨 때는 질문을 객관식으로 준비해서 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감독님을 알아갔던 것 같다, 시나리오와 감독님이 정말 닮으셨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백이 많아서 알아서 공부를 더 할 수밖에 없게 됐던 것 같다, 그런 시간들이 주어져서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김태훈은 “감독님께서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작품이고 분명한 생각과 뭘 표현하고 싶은지가 장면마다 다 있다는 게 느껴졌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것을 굳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거나 하시진 않으셨다, 영화의 메시지나 장면들이 다 이유가 있겠지만 그걸 모르는 상태로 이 인물의 입장이 돼서 필요한 장면을 연기했다”라며 “그 과정이 신선하고 색달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우수' 스틸 / 사진 = ㈜인디스토리 제공


‘우수'는 한 공간 전체를 비추는 시점의 롱테이크 속에서 대화가 오간 장면이 많았다. 배우들은 현실 어딘가에 살아있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로 해당 장면에 녹아들었다. 연기 디렉션에 대해서 오 감독은 “현장 디렉팅은 작은 것 말고는 거의 한 게 없다, 대신 제 기준에서 리딩을 많이 한 것 같다”라면서 “김지성 선배님은 리딩 좀 그만하자고 얘기하시기도 하셨다, 리딩을 하면서 서로 간에 이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라고 만들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그 인물이 돼서 오셨다”라고 말했다.

디렉션은 최소화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감독을 놀라게 했다. 오 감독은 “제가 기억나는 건 윤제문 선배님이 눈을 너무 깜빡이셔서 ‘눈 깜박임 좀 줄여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씀드린 것 정도다”라면서 “영화에서 툭툭 내뱉는 대사가 굉장히 중요한데, 김지성 선배님은 생각지도 못한 연기 톤을 보여주셔서 마음에 들었다”라고 짚었다.



고민 끝에 재촬영을 한 경우도 있었다고. 오 감독은 영화 초반부 사장과 후배가 만나는 휴대폰 가게 장면을 언급했다. 감독은 “카메라를 고정해서 투 샷으로 계속 찍었는데 여기까지 이러면 영화가 너무 지루하겠다 싶었다”라며 “촬영감독님과 선배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컷을 나눠서 한 번만 다시 찍자고 부탁드려서 한 회차를 늘려서 다시 찍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김태훈


김태훈이 맡은 ‘후배’는 다리를 약간 절며 등장한다. 이게 캐릭터 설정인지 묻는 질문에 김태훈은 “제가 드라마 ‘나빌레라’ 촬영 막바지에 십자인대가 파열돼서 다리 상태가 안 좋았다”라며 “이 작품은 그전에 찍기로 돼서 불가피하게 그 상태로 들어가야 했다, 인물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다리가 불편한 인물로 나오면 어떨까 이야기가 돼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라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영화 ‘우수’는 장률 감독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후쿠오카’의 프로듀서였던 오세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장률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 작품이다. 오 감독은 “제가 오랫동안 장률 감독님과 영화를 계속 해왔고 존경하는 감독님이고 스승님이시다”라며 “시나리오 초고를 제일 먼저 보내드렸는데 감독님께서 ‘찍는데 문제는 없겠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아 찍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 감독은 “감독님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제목도 ‘우수’라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망종’이 24절기 중 하나를 제목으로 정해서, 저도 24절기 중 하나를 골라 제목으로 하면 감독님에 대한 존경의 표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감독은 “철수라는 이름에도 의미가 있는데, 장률 감독님이 ‘두만강’ 이전의 영화에 남자배우가 창호, 여자배우는 순희로 이름을 통일했었다”라며 "왜 그러느냐고 여쭸더니 연변은 다 그렇다고 하셔서 ‘아 우리에겐 철수가 있지’ 해서 철수를 썼다”라고 밝혔다. 한편 영화 속 철수의 목소리는 오 감독이 직접 연기했다.

영화 '우수' 스틸


이날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영화의 중심을 잡는 것은 사장 역의 윤제문이다. 영화에서 가장 좋은 장면이나 대사도 영화 속 사장과 김 이사가 처음 만나는 미술관의 롱테이크 장면이었다. 김태훈은 “개인적으로 윤제문 선배 연기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에서 선배 연기가 그렇게 낯선 모습은 아니었다”라면서 “그럼에도 함께하면서 정말 즐거웠다. 리딩 때 그냥 읽는 것처럼 하시기도 하고 매번 다르게 연기하시는데 제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확실히 주시는 느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김지성 역시 “윤제문 선배를 대학로 때부터 알았는데 연인 관계로 함께 영화를 하게 돼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하고 같이 한 첫 장면을 정말 공들여 찍었다, 6~7 테이크까지 갔는데 감독님은 끊지 않고 관객처럼 ‘두 분이 알아서 하세요’하고 봐주셨다”라며 “저하고 선배는 연극하듯이 했는데 정말 짜릿하고 희열감을 느꼈었다”라고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영화 '우수' 스틸


오 감독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역시 같은 장면이었다. 오 감독은 “그 장면이 가장 중요해서 맨 마지막으로 그 촬영을 미뤄놨다, 될 때까지 찍겠다는 마음이었다”라면서 “제 기억으로 10분이 넘는 롱테이크 장면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크게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라고 떠올렸다. 이어 “배우들을 믿고 지켜보고, 테이크 된 것 같이 보면서 이 부분은 좀 이랬으면 좋겠다 말씀드리고 또 찍고를 반복했다”라며 가장 공들인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후반부, ‘우리 얼마나 잘못 온 거야?’라는 김 이사의 질문에 후배는 ‘많이 잘못 온 건 아니고 덜 온 것 같아’라고 답한다. 이 대사는 이 로드무비의 주제를 암시한다. 오 감독은 “시나리오에서 힘을 줘야겠다 하는 대사들이 별로 없는데 그중 이 부분은 힘을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대사로 쓴 것 같다”라며 “이런 마음을 전달하진 않았지만 배우들께서 알아서 잘 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김태훈, 김지성과 오세현 감독


김태훈은 끝인사를 전하며 “우리 영화는 아주 무겁지도 아주 가볍지도 않다, 하지만 메시지나 내용이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관객분들이 오셔서 보시고 많은 것을 가져가셨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김지성은 “영화 우수가 우수천 내비 찍고 출발한다, 같이 동승해달라”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오 감독은 “영화 편집이 끝날 때까지 방에다 크게 써놨던 문장이 있었는데, ‘철수의 죽음이 그들을 우수천으로 초대했다’라고 써놨었다, 그 문장이 저한테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이었다”라며 “영화를 보신 후에 이 문장이 마음에 남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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