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우리나라에서 꿀벌 80억 마리가 폐사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란 사실도요. 꿀벌 사체조차 안 남고 그냥 사라져버렸다는 게 무서운 점. 아직까지도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살충제 남용, 꿀벌응애(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는 진드기의 일종) 방제 실패, 이상기후 등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어요.
정확한 원인이 뭐든, 이들 모두는 기본적으로 벌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쳐요. 꿀벌들뿐만 아니고 다른 곤충들도요. 이 문제에 대해 서울환경연합이 아주 유익한 프로그램(유튜브 보기)을 마련했는데, 최대한 쉽게 정리해볼게요.
꽃가루 매개자...? 머선말이고...?
꿀벌, 새 같은 ‘꽃가루 매개자’들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줘요. 수많은 식물들이 이런 방식으로 번식을 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먹는 농산물도 생겨나요. 전체 농작물 중 35%는 꽃가루 매개자들의 수분 활동이 필요하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농작물 124종 중 87종은 꿀벌·새의 수분이 필요하대요.
그런데 농작물을 키우거나 잔디를 관리할 때 쓰는 농약은 꿀벌을, 그리고 수많은 곤충들을 죽여요. 서울환경연합이 서울 공공녹지에서의 농약 사용 현황을 공개했는데 서울 외곽의 태릉과 강릉(2931kg), 도심의 의릉(1774kg) 등에서 사용량이 많았고 남산공원(517kg), 보라매공원(269.2kg), 월드컵공원(189.4kg) 등에서도 농약이 대량으로 살포됐대요.
꿀벌 떼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도 서울 각 구별로 평균 267kg이 사용됐는데, 전체 농약 살포량의 24.4%에 해당하는 양이에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가 꿀벌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사용을 중단한 상태. 유럽연합에서는 이미 2018년부터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예요.
해외에서는 이런 문제에 일찌감치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사람들과 단체들이 있는데, 이날 서울환경연합이 초청한 전문가는 비정부단체인 저시즈 소사이어티(Xerces Society)의 농약 프로그램 전문가인 샤론 셀바지오. 샤론의 이야기를 옮겨볼게요.
샤론의 이야기-곤충 없인 못 살아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생물종 중 80%가 곤충이에요. 그리고 이들은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 전체 농작물 중 35%, 특히 과일이나 야채는 곤충들의 수분 활동을 필요로 하고요. 미국에서만 곤충들의 활동으로 인한 경제적 가치가 700억달러(약 99조원)나 돼요.
그런데 이런 곤충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꽃가루 매개자 곤충의 40%는 멸종 위기에요. 미국 호박벌 25%도 멸종 위기고요. 나비들도요. 개발로 인한 서식지 감소, 살충제와 오염, 질병과 천적, 기후위기 때문이에요.
특히 살충제는 강과 하천, 벌집 속, 땅속까지 어디에나 있어요. 그리고 기후위기 때문에 살충제 사용이 더 늘었죠. 날이 덥고 홍수가 잦아지면서 모기가 늘고 살충제가 필요한 기간도 길어졌거든요. 모기를 잡는다고 살충제를 더 뿌리다 보니 벌들까지 죽어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서식지 보호(나무, 특히 해당 지역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는 자생종을 심어야 자생종 곤충들이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며 살아가기 좋대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어요. 예를 들어 꽃가루 매개자들의 생존과 활동을 돕는 식물들(+살충제에 오염되지 않은 종자)로 꾸린 '서식지 키트'를 미국 11개 주에서 무료 배포한다든가요.
제도적인 노력도 해왔죠. 꾸준히 의견을 제기한 덕분에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010년~2020년 사이 살충제 사용을 97% 줄였고, 코네티컷주는 잔디와 공원에서의 살충제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어요. 메릴랜드주, 뉴저지주는 비농업용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을 제한했고요.
그리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려나가는 '공동체 과학(Community Science)'의 역할도 커요. 서식지 키트를 받아 키우고, 벌의 종류와 숫자를 꾸준히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서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하고요. 과학자들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개개인, 시민사회 차원의 참여도 의미 깊어요."
우리집 근처에서 당장 참여하기
용사님도 당장 뭔가 해보고픈 마음이 생기셨나요? 관련 활동을 하는 단체나 스타트업 소개해 볼게요. 우선 환경연합.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지역별 거점이 있어요! 안동환경운동연합,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지켜보다가 마음에 맞는 일,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일들이 눈에 띄면 슬쩍 참여해보기로 해요.
정원 활동으로 생태계와 공동체를 살피고 연결하는 비영리 스타트업, 마인드풀가드너스(홈페이지)도 있어요. 야생화 씨앗과 흙을 뭉쳐 만든 '리와일드볼(씨드볼)'을 주인 없는 공터에 던져두면 어느새 야생의 생태계가 생겨난다는 아이디어가 너무 멋져요. 인스타 계정을 방문하면 서식처 정원을 만드는 정원가를 위한 안내서도 배포 중이니까 많관부!
참가자들이 직접 벌을 관찰하고 네이처링 앱에 올리는 '도시 야생벌 시민과학 모니터링' 활동을 했던 생명다양성재단도 지켜봐 주세요. 모니터링단 활동은 8~9월에 끝났지만 앞으로도 관련 캠페인이 이어질테니까요.
마지막으로 도시에서도 벌을 키울 수 있단 사실, 아시나요? 도시 양봉을 전파하면서 벌을 살리는 씨앗봉투 판매, 양봉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어반비즈서울(인스타)도 눈여겨보시길요.
참고로 어반비즈서울은 서울 혜화동에 벌과 꿀을 테마로 한 카페 '아뻬 서울'을 운영하고 있어요. 에디터도 몇 년 전에 가봤는데, 꿀을 테마로 한 음료와 디저트들이 인상적. 엄격히 따지면 꿀=논비건인 데다 대규모 양봉업자들은 벌을 착취(여왕벌 날개 자르기 등)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반비즈서울은 상업적인 양봉이 아닌, 벌을 살리는 양봉에서 출발한 만큼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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