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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영상) N차관람 부른 반전영화, 10개 언어가 주는 극강 몰입감…프랑스 스릴러 '9명의 번역가'

"얼굴 붉히는 자는 이미 유죄" (루소)

베스트셀러 결말 유출 범인을 찾아라

9월 14일 개봉작 '9명의 번역가'





영화 '9명의 번역가' 스틸 / 사진 = ㈜이놀미디어 제공


"그 나이에 여기 오다니, 운이 좋네요." 전 세계에서 특별히 선발된 9명의 번역가들이 러시아 부호의 저택 아래 밀실에 스스로 갇힌다. 러시아 친구들의 감시 아래 글로벌 베스트셀러 '디덜러스' 3권 번역작업을 시작한다. 비록 갇혀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 생활을 즐긴다. 작품 내용에 관해 서로 토론하고, 결말에 대해 분석하거나 캐릭터의 행동을 이해하려 하기도 하고. 샴페인을 터뜨리며 인류애에 호소하는 사랑 노래를 다같이 부른다.

하지만 번역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디덜러스' 3권 내용의 일부가 인터넷에 공개돼버리고. 익명의 상대로부터 돈을 주지 않으면 나머지도 공개하겠다는 협박이 이어진다. 판권 확보를 위해, 번역 작업을 위해 이미 큰 돈을 들였던 프랑스 출판사 옹스트롬 편집장 '에릭(램버트 윌슨)'은 "어차피 범인은 밀실 안에 있다"면서 범인 색출 작업에 나선다.

영화는 이따금씩 교도소 장면으로 점프한다. 에릭이 누군가에게 '디덜러스' 3권을 선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에릭은 철통 감시와 보안을 뚫고 어떻게 내용을 빼돌릴 수 있었는지 미치도록 궁금해한다. 뒤에서는 경찰이 진짜 범인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이를 추리하는 과정과 이내 밝혀지는 스토리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밀도있게 전개된다.





책을 번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니 조금은 덜 무거운 소재의 추리 스릴러물이라 착각하기 쉽다. 밀실에 갇혀 인기 베스트셀러의 속편을 번역하는 9명의 번역가 이야기라니, 그 안에서 결말을 미리 노출한 범인을 찾아내야 한다니. 구미가 잘 당기지 않는 이야기인 것은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선입견은 종종 일을 그르친다. 이 영화는 선입견과 안일한 생각을 놀랍도록 철저히 깨부신다.

최근 개봉한 영화 '9명의 번역가'(레지스 로인사드 감독)는 저마다 사연과 속내를 감춘 인물이 등장한다. 베일에 쌓인 '디얼러스' 작가 오스카르 브라크, 그의 정체가 궁금해 일부러 접근한 의문의 젊은 번역가 알렉스(알렉스 로더), 책 속 주인공인 '레베카'와 똑같이 행동하는 매혹적인 여성 번역가 카터리나(올가 쿠릴렌코), 몰래 자신의 소설을 써내려가는 번역가 헬 렌(시드 바벳 크누센) 그리고 출판사 편집장 에릭의 말이라면 뭐든지 떠받드는 비서로 밀실에 갇힌 번역가들을 관리하는 로즈마리(사라 지로도) 등. 베태랑 배우부터 라이징 스타까지 초호화 출연진이 연기한 개성 강한 인물들이 밀실 안팎에서 서로 의심을 주고 받으며 긴장감을 높인다.







특히 서로 다른 언어가 이 영화에선 꽤 중요한 소재다. 스웨덴, 그리스, 포르투갈, 덴마크, 중국,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러시아. 번역가가 9명이다보니 프랑스어까지 더해 작품 속에서 다뤄지는 언어가 10가지나 된다. 언어의 다름은 극의 전개에 필수 요소이자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범인 추리 서사에 몰입하는 힘을 배가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게다가 자막 번역은 이른바 '기발한 번역'으로 유명한 황석희 번역가가 맡아 일찍이 화제가 됐다. 그는 이번엔 각 언어마다 다른 상징색을 적용해 언어의 다름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영화의 이해를 돕는다.

실화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기에 꽤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화제의 소설 '다빈치 코드' 작가 댄 브라운의 새 작품 '인페르노' 출판 당시, 11명의 번역가가 벙커에 갇혀 번역 작업을 해야했던 사건이 모티브다. 이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21세기 한복판에 일어났다. 물론 누군가가 정말 죽기도 하지만. 오직 피가 낭자하는 '빨간 맛' 스릴러가 아닌, 치열한 심리 두뇌 싸움과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내리는 긴장감과 감정선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디덜러스' 원고 유출범이 누구인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밝혀진다. 범인을 찾는 과정이 전부가 아닌 영화다. 9명의 번역가 중 일부가 원고 유출에 어떤 식으로 가담했고 왜 그런 일을 꾸몄는지도 밝혀진다.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파리 도심 카 체이싱 장면은 압권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쯤 나오는 또 한 번의 반전은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편 영화는 번역가들의 삶에도 주목한다. 번역가는 철저히 대리인의 삶을 산다. 아무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늘 관심 밖에 있다. 누구는 "고작 번역가가 됐다"라며 신세를 한탄한다.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는 "얼굴 붉히는 자는 이미 유죄다, 진정 무고한 자는 아무 것도 부끄럽지 않다"라는 프랑스 소설가 루소의 명언을 인용하는 등 번역가다운 문학적 추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좋은 소설은 인생에 무한한 지평선을 열어준다. 책 속에 찬란한 지식이 있다. 글은 무엇보다 강하고, 글은 기어코 남는다. 사람들에게는 좋은 책이 필요하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리극 끝에 영화가 마침내 건네는 메시지를 좋아할 관객이 적지 않을 듯 하다. 9월 14일 개봉작.

*세상의 모든 개봉작 리뷰, [오영이무비] 채널에서 영상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 ‘9명의 번역가’ 영상리뷰 | 오영이무비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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