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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외설 서적으로 그려낸 시대 풍자…이동휘·정소민·박훈 출연 '빨간 선생님'

정소민이 우연히 주운 외설 서적에…

속물적이던 교사 이동휘의 반성과 성장

2017 서울드라마어워즈 단편 부문 우수상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빨간 선생님’ / 사진제공=KBS2




격동의 80년대, 빨간책 한 권이 경상도의 작은 여학교를 발칵 뒤집는다. 반장 순덕(정소민)이 우연히 주워 온 ‘장군 부인의 위험한 사랑’을 다 같이 읽고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된 것. 장군 부인이 남편의 부하 장교와 밀회를 갖다가 장군에게 걸릴 뻔한 그때 책이 마무리되자, 순덕은 온전히 자신의 상상력으로 책의 뒷이야기를 써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순덕과 친구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이 빨간책 한 권으로 어떤 일에 휘말리게 될지 몰랐다.

순덕의 학교 수학 교사 태남(이동휘)의 별명은 ‘변태남’. 으레 여고의 젊은 남자 선생님이라면 인기가 많기 마련이지만 온갖 규칙을 빡빡하게 잡고 은근슬쩍 촌지도 받아 챙기는 태남은 기피 대상 1순위다. 학생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교감의 신임을 얻는, 적당히 속물적이며 권력에 순응하는 사람이다.

이런 태남의 인생 역시 ‘장군 부인의 위험한 사랑’을 접하며 완전히 뒤바뀐다. 헌책방에서 우연히 집어 든 책 속 금기된 사랑에 매료된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서 마무리되자 태남은 아쉬움에 혀를 차며 책을 집 앞에 갖다 버린다. 그러나 하필 순덕이 태남의 옆집에 살았고, 책은 순덕의 손에 들어가 반 친구들에게 퍼지게 된다.



드라마는 아이러니한 요소를 통해 태남의 정신적 성장을 보여준다. 순덕은 원본 책과 자신이 쓴 뒷이야기를 교실 앞에 걸려있는 대통령 액자 뒤에 숨긴다. 학생들이 없는 빈 교실, 비뚤어져 있는 액자를 똑바로 고치던 태남은 뒤에 숨겨져 있던 원본과 함께 자신이 찾던 ‘뒷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순덕의 손에서 탄생한 육체·정서적 교감의 문장들은 학생들은 뒷전인 채 자신의 실익만 생각하던 태남이 사람과 감정에 대해 이해하게 만든다.

태남의 실수로 빨간책은 교감(조영진)의 손에도 들어간다. 지금 대통령이 장군 출신인데, 장군을 총으로 쏴 죽이고 사랑의 도피를 떠나려는 등 장군을 농락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교감은 분개한다. 해당 글을 쓴 타자기의 특정 부분이 고장 났으니, 고장 난 타자기를 소유한 가정을 알아내 저자를 색출하려 한다. 죄책감에 휩싸인 태남은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타자기와 바꿔치기한다. 이후 순덕의 아버지가 국가보안법 위반에 의해 사망했다는 걸 안 태남은 익명의 친구인 척 타자기를 고쳐 다시는 이런 글을 쓰지 말라는 당부의 편지와 함께 순덕 몰래 전한다.

학교 밖으로도 입소문이 난 순덕의 ‘장군 부인의 위험한 사랑’은 결국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안기부 요원(박훈)이 서울에서 찾아와 학교 학생 중 범인을 색출하려 하고, 전과 같은 기지를 발휘하지 못한 태남은 자신이 그 글을 썼노라 말한다. 결국 고문을 받고 학교를 떠나는 태남을 보며 아이들은 변태남이 떠났다고 기뻐하지만, 순덕은 부채감에 함께 기뻐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졸업식 날, 순덕은 전하지 못했던 태남의 편지를 우연히 발견한다. 순덕이 쓴 글 덕분에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기에 자신의 선생님인 순덕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본 순덕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시간이 흘러 그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불의를 못참던 고등학생 때처럼 학생운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서울의 한 종합학원 앞에서 우연히 학원 선생이 된 태남을 마주친 순덕은 처음으로 태남을 변태남이 아닌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정소민과 이동휘의 연기는 이 발랄한 풍자극에 깊이를 더한다. 정소민은 순덕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에 순응하지 않으면서도, 그 나이대다운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학생들 중 유일하게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는 순덕은 교복 치마를 입고 나무를 서슴없이 타고, 마음껏 달리기도 한다. 집에서 이제 학교를 그만 다니고 시집을 가라고 압박받는 친구에게 책을 통해 번 돈을 학비로 쓰라고 내주기도 하며 진취적이고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이동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첫 작품이었던 ‘빨간 선생님’을 통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던 사람에서 진정한 선생으로 거듭나는 태남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야한 소설을 읽고 인간성을 발휘하게 된다는 게 자칫하면 설득력이 약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현실적이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통해 보는 사람마저 태남과 함께 80년대 속에서 성장하게 만든다.



◆시식평 - 이동휘의 마지막 표정에 담긴 역사와 인간사의 질곡



+요약

제목 : 빨간 선생님

극본 : 권혜지

연출 : 유종선

출연 : 이동휘, 정소민 외

방송일 : 2016.09.25

방송사 : KBS2

회차 : 1부작(76분)

볼 수 있는 곳 : 왓챠,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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