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을 서울시나 구청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이 발의되면서 노원·도봉·강북구 등 노후 단지 밀집 지역의 정비사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서준오 의원(더불어민주당·노원4)은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지구단위계획 수립단계에서 지원비용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안전진단 비용을 '요청하는 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임의규정을 두고 있어 자치구가 비용을 지원할지 아니면 요청자에게 부담시킬지를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인천과 경기도의 일부 자치구는 임의 규정에 따라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통해 '안전진단을 요청하는 요청자가 안전진단 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강행규정을 두고 있어 자치구가 비용을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정비업계에서는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주민 모금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현지 조사 후 정밀안전진단 실시까지 소요 기간이 길어지고, 결과적으로 재건축 속도가 늦춰진다고 지적해왔다.
2010년 이후 서울시에서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단지는 총 260개 단지인데 이 가운데 142개 단지는 현지조사 후 정밀안전진단 실시까지 평균 10.5개월이 걸렸고, 1000세대 이상 아파트 43개 단지는 소요 기간이 평균 15.1개월로 나타났다.
특히 노원구 미륭미성삼호와 같이 정밀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면 다시 예비안전진단을 거쳐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모금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 재건축 사업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서 의원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중 향후 10년 내 안전진단 대상은 1062개 단지(7766동·73만1565가구)이며 비용은 총 1486억8000만원, 연간 148억68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자치구 중 압도적으로 대상 단지가 많은 노원구는 130개 단지(1097동·11만5786세대)에 총 182억원, 연간 18억2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서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자치구가 이런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 모금에 대한 주민 부담을 줄여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게 했다. 특히 조례안에 따르면 서울시가 자치구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원할 수 있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의 재정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서 의원은 설명했다.
또 향후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수립단계에서 서울시나 구청이 지원한 비용을 환수할 수 있게 해 형평성 문제와 무분별한 신청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정밀안전진단 비용은 매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조금씩 오르고 있다. 도봉구청은 지난 6월 도봉구내 14개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올해 엔지니어링 노임 단가 변경에 따른 정밀안전진단 비용 재산정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창동주공1단지(808가구)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정밀안전진단 비용 산정 당시 통보 받은 금액은 1억 5474만 1000원이었으나 761만 3000원(약 4.9%) 오른 1억 6235만 4000원을 재산정 금액으로 통보 받았다.
여기에 한국엔지니어링협회가 노임 단가 정상화를 추진 중이어서 관련 비용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협회는 임금 상승분과 물가 상승률, 경제성장률 등의 적용 현실화를 통해 6% 이상 노임 단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