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조선인 집단 거주지인 우토로 마을과 관련 시설에 불을 지른 남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21일 교토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재일 조선인에 대한 일방적인 혐오감과 사회의 주목을 받고 싶다는 이유로 악질 범행을 저질렀다”며 방화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리모토 쇼고(23)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직한 청년이 재일 한국인을 대상으로 벌인 혐오범죄라고 규정했다.
교토지방법원의 마스다 게이스케 판사는 “재일 조선인이라는 특정 출신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감 등 동기로 폭력적인 방법으로 불안을 부추긴 범행을 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허용할 수 없다”며 “중대한 결과를 일으킨 형사 책임은 상당히 무겁고 (아리모토가) 깊이 반성하지 않는 듯하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리모토는 지난해 8월 30일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지구의 빈집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집과 창고 등 건물 7채를 태운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화재로 부상자는 없었지만 우토로 재일 조선인들이 우토로 마을 철거 반대 투쟁 중 사용하던 간판 등 자료 약 40점이 소실됐다. 그중 일부는 우토로평화기념관에 전시하려던 것들이었다.
한편 아리모토는 같은 해 7월 재일대한민국민단 아이치현 본부와 나고야 한국학교 시설에 불을 질러 건물 벽면 등을 훼손한 혐의로도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토로평화기념관 관계자들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방화사건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일본 사회가 걸린 병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일본 외국특파원협회가 주최한 이 기자회견은 지난달 개관한 기념관을 홍보하고 최근 일본에서 늘어나는 외국인 차별 혐오범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기획됐다.
다가와 아키코 우토로평화기념관 관장은 “재일교포 할머니들이 (방화사건에) 분노할 줄 알았는데 22세에 인생을 망친 범인이 불쌍하다고, (그 범인이) 할머니들과 밥 먹으면서 술 한잔했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말했다”며 “우토로는 그런 분들이 일궈 가는 소중한 커뮤니티”라고 말했다.
우토로 마을은 일제 강점기 당시 군사용 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패전 후에 정착하면서 형성된 재일 조선인 집단 주거지다.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해오던 주민들은 2000년 ‘사유지를 무단 점유했다’는 일본 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 퇴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 정부가 설립한 재단과 우토로민간기금재단이 공동으로 토지 일부를 매입했고 우토로를 관할하는 우지시가 주거 개선 사업에 착수하여 거주 공간을 마련했다. 상하수도조차 없이 열악했던 마을 환경이 이후 개선됐다. 판자를 덧대 지은 근로자 식당에서 생활하던 주민들은 한국 정부 등이 매입한 토지에 건설한 시영아파트에 현재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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