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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원 횡령 해고 판결' 질타에 "마음 무겁다"

■尹 정부 첫 대법관 후보 오석준 인사청문회

"사정 살피지 못한 부분 있다" 해명

최고법관 인사검증엔 반대 입장

"공정한 재판으로 사법부 신뢰 회복"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오석준(사법연수원 19기) 후보자가 과거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판결로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야당으로부터 집중 질타를 받았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 관해서는 ‘김명수 사법부’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공감하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대법관·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사 검증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후보자는 2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800원 횡령 버스기사 해고’ 판결에 대해 “나름대로는 (당사자의) 사정을 참작하려 했으나 살피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해고 기사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는지는 몰랐다. 결과적으로 그분이 저의 판결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특히 해당 판결은 사측인 버스 업체를 대리한 변호사가 오 후보자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오 후보자는 “오래전 일이라 잘 몰랐고 이번에 판결문을 보고 알게 됐다”며 “그 변호사가 제게서 민사사건 서너 건을 한 것 같은데 승소는 그것 한 건이었다”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는 2011년 12월 서울행정법원 재직 시절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를 해임한 고속버스 회사의 처분에 대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2013년 수사 중인 사건 변호사로부터 85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 받은 검사의 면직 처분에 대해서는 부당하다며 징계 취소 판결을 내려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고된 기사는 이후 10년간 직업을 구하지 못해 막노동을 하며 다섯 가족을 부양해왔다”며 “후보자의 판결은 사회적 약자에게 몰입하지 않고 권력자나 고위 공직자에게만 몰입하는 등 대체로 한 방향을 띠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양이원영 의원도 “(향응 수수액이) 100만 원이 안 돼 면직이 부당하다고 했는데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 봐주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자는 법무부 산하에 설치된 인사정보관리단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 검증까지 맡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없애고 법무부에 공직자 인사 검증을 맡기면서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앞서 대법관 후보에 대해서는 인사 검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오 후보자는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장과 헌법재판관의 경우에도 1차 검증을 법무부가 할 수 있다고 보느냐”고 질의하자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 행정부 공공기관에 관한 것이라면 100% 제가 뭐라 할 수 없다”면서도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해당한다면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6월 가동에 들어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아온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대신한다. 법무부는 인사 정보가 사정 업무에 이용되지 않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법부 독립성 침해 및 이해 충돌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윤 정부에서 처음으로 임명될 오 후보자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대법관 인사 검증 업무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 후보자는 사법부 불신에 공감하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사법부 요직에 특정 연구회 소속 출신이 임명되고 있어 ‘코드 인사’ 우려가 있다”는 질의에 “외부에 그런 인식이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특정 모임이나 연구회에 가입했다는 사정을 갖고 이념성·편향성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단체 구성원들이 유념해 일말의 정치적 오해도 사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앞서 인사말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히 받아들이고, 사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정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이자 저에게 부여된 사명”이라고 밝혔다.

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출석 과반수 찬성) 통과하면 9월 4일 퇴임을 앞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으로 취임한다. 일각에서는 오 후보자가 내년 9월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지명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오 후보자 임명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현재 우리법연구회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 등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로 이뤄진 사법 권력 교체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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