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의 젊은 베트남인들이 물건을 구매한 후 휴대폰으로 결제 창구에 있는 QR코드를 찍고 있다. 잠시 후 계산기에는 결제가 완료됐다는 표시가 나타난다. 건물 뒤편에는 물건을 배달하는 오토바이들이 늘어서 있고 사람들이 나타나 전달된 물건을 수령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마트와 건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전자지갑에 충전된 금액을 모바일로 결제하는 장면과 온라인 주문을 통해 물건을 받는 모습이다.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하는 분야들이다. 팬데믹 이전에는 매장에서 품질과 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뒤 현금으로 결제하던 베트남인들이 지금은 온라인 구매와 모바일 페이 같은 디지털 방식의 소비 행태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건강·웰빙 제품과 명품 시장의 성장도 눈에 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유기농을 비롯한 건강·웰빙 제품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젊은 층들의 과시욕과 차별화를 충족하기 위한 명품 수요 확대에 비례해 시내에 명품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베트남 소비 시장 변화의 주된 요인은 중산층 인구 증가, 소비 지출 확대, 소비 시장 고급화, 언택트(비대면) 라이프 스타일 일상화, 편리한 서비스 시장 형성 등을 꼽을 수 있다. 특이한 것은 변화의 상당 부분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을 공략하는 것이 베트남 소비 시장 진출의 열쇠다.
최근 6년간 베트남 경제는 연평균 6%씩 성장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져 가계 지출을 확대하는 기반이 된다. 베트남은 1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56%가 35세 미만의 젊은 층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경험하고 개방적인 교육을 받은 이들의 소비 행태가 베트남의 소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MZ세대가 주도하는 소비 행태는 온라인 쇼핑의 일상화와 프리미엄 소비 시장의 형성 등 새로운 소비 시장을 만들었다. 또한 전자 결제, 배달 서비스, 라이브 커머스(채팅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상품을 소개하는 스트리밍 방송) 등 신규 플랫폼 등장을 가속화시켜 기업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베트남 소비 시장 규모는 20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16~2019년 4년 연속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소비 시장이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률이 6.2%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1년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성장률이 더 높아졌다.
베트남은 풍부하고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생산 기지에서 이제는 세계 유수 기업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매력적인 소비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급속히 확대되는 베트남 소비 시장을 선점하려면 지금 진출하는 것이 적기다. 베트남 소비 시장 진출을 위해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MZ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이다. MZ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구매 결정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적극적 마케팅 활동과 고급화 및 브랜드화 전략을 병행한다면 경쟁국 기업들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올해는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의 역사적인 해다. KOTRA는 양국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10월 말 하노이에서 대규모 한국상품전을 개최한다. 이번 한국상품전은 베트남 소비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소비재 위주로 150여 개 사가 참가할 예정이다. 특히 베트남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고급 화장품류, P팝 아이돌 굿즈, 가정용 기능성 미용·의료기기, 프로폴리스 등 건강식품류 등을 출품해 적잖은 성과가 기대된다. 우리 기업들이 드넓은 베트남 소비 시장에 진출하는 디딤돌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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